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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유럽까지…대륙 횡단 수영대회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교차하는 도시 이스탄불이 이제는 세계 스포츠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튀르키예 최대 도시인 이곳은 최근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데 이어, 대륙을 넘나드는 이색적인 스포츠 이벤트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글로벌 스포츠 도시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역사적인 유적지와 현대적인 인프라가 공존하는 이스탄불의 풍경은 전 세계 선수들과 관객들에게 단순한 경기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행사는 오는 23일 열리는 '제38회 보스포러스 대륙횡단 수영대회'다. 이 대회는 아시아 쪽 칸륵자에서 출발해 유럽 쪽 쿠루체슈메까지 약 6.5㎞ 구간을 헤엄쳐 건너는 세계 유일의 대륙간 오픈워터 수영 축제다. 1989년 소규모로 시작된 이래 세계오픈워터수영협회로부터 최고의 대회로 인정받으며 명성을 쌓아왔다. 올해는 5개 대륙 78개국에서 모여든 2,500명의 참가자가 보스포러스 해협의 물살을 가르며 대륙 횡단의 꿈을 실현할 예정이다.

 


배구와 요트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 스포츠 열기도 뜨겁다. 이달 21일부터 9월 초까지는 유럽 최고의 배구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2026 여자 유럽배구선수권대회'가 이스탄불의 코트를 달군다. 또한 보스포러스 해협의 푸른 물결 위에서는 대통령배 국제요트대회가 펼쳐진다. 30일 열리는 '승리컵'을 시작으로 10월 말 '공화국컵'까지 이어지는 요트 경기는 이스탄불의 해안선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해양 스포츠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스탄불의 스포츠 열풍은 내년에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021년 이후 중단되었던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 원(F1) 튀르키예 그랑프리'가 6년 만에 이스탄불 파크에서 부활한다. 여기에 '유럽판 아시안게임'이라 불리는 '제4회 유러피언 게임' 개최지로서 도시 전역이 거대한 경기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러한 대형 이벤트의 연속적인 유치는 이스탄불이 가진 국제적 행사 운영 능력과 도시 브랜드 가치를 입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스포츠 도시로서 이스탄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독보적인 역사적 배경이다. 동로마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이곳은 하기아 소피아와 톱카프 궁전 등 인류의 보물 같은 유산들을 품고 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과 방문객들은 지하 저수지의 신비로움과 미식의 향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두 개의 국제공항을 보유한 편리한 접근성은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이 이스탄불로 모여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 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스탄불의 스포츠 행보가 지향하는 점은 문명의 교차점을 넘어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이 수영과 요트 대회의 무대가 되는 것은 지리적 경계를 허무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부터 이어온 찬란한 역사 위에 스포츠라는 현대적 활력을 덧입힌 이스탄불의 변신은,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글로벌 스포츠 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