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최신

경제최신

애슐리 이어 버거까지…이랜드 '가성비' 승부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는 런치플레이션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한 끼 식사의 대안으로 버거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이랜드그룹의 외식 계열사인 이랜드이츠가 새로운 버거 브랜드 출범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이츠는 최근 신규 브랜드 기획부터 마케팅, 공간 구성까지 전 과정을 총괄할 전문 인력 채용을 시작하며 시장 진입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랜드가 그동안 애슐리퀸즈나 피자몰 등을 통해 보여준 압도적인 가성비 전략을 버거 시장에도 그대로 이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서울 지역의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이 1만 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버거 세트가 실속형 소비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이랜드 특유의 대량 구매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가 결합한다면 기존 저가형 버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들은 고물가 국면을 기회 삼아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 1조 4천억 원을 돌파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폭증했고, 롯데리아 역시 8년 만에 매출 1조 원 클럽에 재입성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버거킹 또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며 외식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홀로 독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신규 진입자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붙잡기 위한 기존 업체들의 차별화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버거킹은 소고기 일색이던 시장에 해산물을 접목한 이색 메뉴를 선보여 조기 완판을 기록하는 등 메뉴 다변화에 성공했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 역시 프리미엄 흑돈 품종을 활용한 카츠 버거를 출시해 열흘 만에 7만 개를 판매하는 등 단순한 저가를 넘어선 품질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랜드의 가세는 특히 노브랜드 버거와 같은 가성비 브랜드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랜드이츠가 준비 중인 브랜드는 기획 단계부터 공간과 마케팅을 통합 관리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단순한 배달 전문점이 아닌 복합 외식 공간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런치플레이션에 지친 직장인과 학생층을 겨냥한 이랜드식 '버거 혁명'이 어떤 가격표를 들고 나올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결국 국내 버거 시장은 프리미엄 수제 버거와 초가성비 프랜차이즈로 양극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유통 기업들이 잇따라 버거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랜드이츠가 신규 브랜드 론칭을 통해 외식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1만 원 이하 식사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지, 기존 강자들의 수성 전략에 막힐지는 향후 공개될 브랜드 정체성에 달려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