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연예

"예능이 독 됐나"…정준원, 태도 논란에 외모 비하까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신예 배우 정준원이 소극적인 태도로 시청자들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그를 발탁한 신원호 PD의 안목을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사태가 번지고 있다. 지난 1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에 새 드라마 홍보차 등장한 정준원은 제작진의 즉흥 연기 요청에 당황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예능 울렁증을 호소하며 긴장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으나,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두고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 없는 태도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문제는 이러한 비판이 정준원의 연기력이나 태도를 넘어 외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준원의 외모가 주연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이 이어지자, 대중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를 미니시리즈 주연으로 파격 발탁했던 신원호 PD에게 향했다. 네티즌들은 과거 신 PD가 연출했던 작품들 속 남주인공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대중의 일반적인 미적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캐스팅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강요로 다가온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신원호 PD는 그간 정형화된 미남 배우보다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신선한 얼굴을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난해 방영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정준원을 남자 주인공 구도원 역에 앉힌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당시에도 상대역인 고윤정과의 비주얼 조화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바 있다. 이번 예능 논란은 잠재되어 있던 신 PD의 캐스팅 철학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이 정준원의 미숙한 예능 대처를 계기로 폭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응답하라 1988' 당시 류준열을 캐스팅했을 때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존재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에도 전통적인 미남형이 아닌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결과적으로 작품의 흥행과 배우의 연기력으로 논란을 잠재운 바 있다. 하지만 정준원의 경우 아직 대중을 압도할 만한 연기적 성과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예능을 통해 부정적인 인상을 먼저 남기게 되면서, 신 PD의 안목이 이번에도 통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정준원은 현재 방영을 앞둔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하며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알린 상태다. 세상에서 가장 살벌한 직업을 가진 워킹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그가 어떤 연기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번 논란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능에서의 실수가 배우 본연의 가치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대중의 엄격해진 잣대 속에서 그가 짊어져야 할 심리적 부담감은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스타 PD의 영향력과 대중의 수용성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창작자의 고유한 안목이 대중의 보편적인 기대치와 충돌할 때 발생하는 파열음이 배우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정준원이 이번 논란을 극복하고 신원호 PD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길은 오직 작품 속에서의 압도적인 연기력뿐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