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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 땅에 피어난 휴양지… 정선 하이원

 과거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심지였으나 석탄 산업의 쇠퇴로 소멸 위기에 처했던 강원도 정선이 레저와 휴양이 어우러진 대형 거점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고한읍과 사북읍 일대에 걸쳐 조성된 하이원리조트는 폐광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건립된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 휴양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카지노와 호텔, 골프장과 스키장에 이르기까지 사계절 내내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대형 인프라가 갖춰졌다.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종합 웰니스 거점으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단행된 대대적인 시설 개편을 통해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리조트 측은 최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휴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 중심에는 하이원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 7층에 새롭게 연 인피니티풀 '블루스카이'가 자리하고 있다.

 


해발 800m 고지대에 조성된 이 인피니티풀은 기획 단계부터 총 7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프리미엄 레저 시설이다. 수영장에 들어서면 수면의 끝자락이 웅장하게 펼쳐진 백두대간의 산줄기 및 하늘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도심속 야외 수영장에서는 결코 체감할 수 없는 고원지대 특유의 압도적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고지대 특유의 서늘한 공기와 따스한 온수가 어우러지면서 방문객들은 이색적인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산사면의 푸른 녹음과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구름은 최고급 휴양지로서의 가치를 증명한다. 쇠퇴했던 옛 광산촌의 흔적 위에 들어선 현대적 휴양 시설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감동과 여유를 전하고 있다.

 


과거의 어두운 상흔을 간직했던 땅은 스토리를 품은 휴양지로 거듭나며 대중의 발길을 지속적으로 불러 모으는 중이다. 멈춰 섰던 산업 유산 위에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들은 이제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승화되어 지역 사회에 따뜻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쇠퇴와 소멸을 겪었던 지역이 훌륭한 레저 자원으로 재탄생한 사례는 고원 관광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험난했던 세월을 견뎌낸 강원도 정선의 산자락은 이제 여행자들에게 깊은 안식과 회복을 건네는 대표적인 힐링 거점으로 작동하고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