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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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셔틀링' AI가 잡는다, 불법사이트 즉시 차단

 정부가 불법 촬영물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해외 서버에 직접 접근해 데이터를 삭제하는 이른바 '합법적 해킹'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의 단순 접속 차단 방식으로는 도메인을 바꿔가며 영업을 지속하는 불법 사이트들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번 대책은 유포자뿐만 아니라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유통되는 한국인 관련 불법 촬영물은 약 215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특히 불법 사이트 10곳 중 2곳은 여전히 접속이 가능하며, 이 중 상당수는 별도의 우회 프로그램 없이도 국내망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사이트는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광고를 통해 연간 수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기며 범죄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능동적 방어 제도'는 법원의 영장을 바탕으로 수사관이 직접 불법 사이트 서버에 침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범죄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피해 영상물의 원본 데이터를 즉각 삭제해 재유포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게 된다. 또한 불법 사이트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광고 게재를 금지하고 운영에 사용된 계좌를 즉시 정지시키는 강력한 경제적 제재도 병행될 예정이다.

 

기술적 대응도 한층 고도화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도메인 주소를 실시간으로 변경하며 차단을 피하는 '도메인 셔틀링' 행위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존 사이트와 유사성이 높은 대체 사이트가 발견되면 별도의 복잡한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신속 대응 체계를 마련해 피해 확산 속도를 늦춘다는 계획이다.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서울과 부산 등 주요 지역 경찰청에는 20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이 신설된다. 이들은 사이트 운영 총책을 검거하는 데 집중하며,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가 99% 이상인 점을 고려해 미국 FBI 등 국제 수사기관과의 공조 체계도 대폭 확대한다. 삭제 요청에 비협조적인 해외 대형 플랫폼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협력해 강력한 행정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성착취물 유통 구조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쏟아붓기로 했다. 단순히 피해 영상을 지우는 사후 약방문식 대응에서 벗어나, 범죄 수익을 환수하고 운영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입체적인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통합 대응 방안을 통해 불법 촬영물 시장의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