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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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통합 결국 무산, 전남광주 '반쪽 신청'

 전남광주 지역의 오랜 염원이었던 국립 의과대학 신설 사업이 교육부가 제시한 마감 기한인 20일까지 대학 간 통합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며 중대한 기로에 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당초 교육부가 요구한 '목포대-순천대 통합'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함에 따라, 대학들의 통합 계획 대신 지자체 차원의 필수 의견만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역 내 두 거점 국립대학이 본부 소재지와 의대 위치를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로, 지역 의료 공백 해소를 기대하던 시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통합특별시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6일 양 대학의 통합을 전제로 한 의대 신설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지자체는 양 대학에 공동 계획서 제출을 독려하며 합의가 어려울 경우 최소한의 공통 항목만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제출 과정에서 순천대학교가 사전 협의 없이 '순천 단독 유치'를 골자로 한 독자적인 계획서를 작성해 배포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지자체는 형평성과 정부 지침 위반을 이유로 이를 반려했고, 결국 양 대학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필요성과 정원 규모 등 3가지 항목만 취합해 교육부에 전달하게 됐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소지역주의 갈등이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두 대학이 의료 격차 해소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소모적인 갈등만 반복하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특히 정부가 통합을 의대 신설의 필수 조건으로 못 박은 상황에서, 이번 '반쪽 제출'이 교육부의 심사 과정에서 결격 사유로 작용해 의대 정원 확보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의 대응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하며 순천대 의대와 대학병원의 동시 설립을 강력히 촉구했다. 진보당 등 야권에서도 목포와 순천 양 지역에 각각 의대와 대규모 종합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요구들이 대학 간의 실질적인 통합 논의를 돕기보다는 오히려 각 지역의 단독 유치 명분을 강화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마감 기한 내 통합이 무산되더라도 지역 몫의 의대 정원 확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 민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이 안 된 상태에서라도 단독 신청을 진행하고, 이후 교육부와의 협상을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자체는 현재 정부에 '대학 통합 전제'라는 설립 방식을 변경해 달라고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고육지책으로, 향후 대정부 설득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전남광주 국립 의대 신설은 대학 간의 주도권 싸움과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교육부가 통합되지 않은 계획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인 가운데, 지역 내에서는 지금이라도 대학들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 인프라가 전무한 지역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단순한 행정 절차 이행을 넘어선 실질적인 합의와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