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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3스타와 노포의 만남, 홍콩 미식 원정대

 세계적인 요리 경연장으로 불리는 홍콩은 좁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미쉐린 스타 식당만 77곳에 달하는 미식의 성지다. 인구 대비 스타 레스토랑 비율이 서울의 두 배를 상회할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이곳을 무대로 '홍콩백끼 미식 원정대'가 다시 한번 미식 순례를 시작한다. 이번 여정은 3박 4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홍콩의 식문화를 상징하는 100곳의 식당 중 엄선된 명소만을 방문하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요리하는 소설가 박찬일 셰프와 백종현 기자가 동행해 음식에 담긴 역사와 철학을 깊이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여정의 정점은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미쉐린 3스타의 영예를 지켜온 전설적인 중식당 '탕코트'다. 이곳에서는 미쉐린 가이드가 극찬한 게살구이와 오골계탕 등 정통 광둥 요리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27년간 주방을 지켜온 웡치파이 총괄 셰프와의 만남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특별한 기회도 제공된다. 홍콩 미식의 정점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오감으로 체험하는 시간은 이번 원정대만의 독보적인 혜택이다.

 


홍콩 한식의 위상을 드높인 '한식구' 방문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서울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를 이끄는 강민구 셰프가 해외에 처음 선보인 이곳은 5년 연속 미쉐린 1스타를 유지하며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강 셰프는 한식구가 서울보다 오히려 전통 한식의 원형에 더 충실하다고 설명한다. 장류를 활용한 독창적인 디저트와 육회 등 한국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들은 홍콩이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식이 가진 경쟁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홍콩의 역사를 품은 노포 탐방은 원정대의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1942년 문을 연 이래 80년 넘게 거위구이의 명맥을 이어온 '융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유의 질감으로 미식가들을 사로잡는다. 또한 하루에만 1000개 이상의 새우 교자를 빚어내는 딤섬 명소 '원딤섬'에서는 홍콩인들의 일상적인 미식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화려한 스타 레스토랑과 소박한 노포를 오가는 일정은 홍콩 요리의 넓은 스펙트럼을 이해하는 데 최적의 구성을 보여준다.

 


미식 외에도 홍콩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 일정 곳곳에 배치되었다. 영화 '색, 계'의 배경으로 유명한 리펄스 베이의 '더 베란다'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와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루프톱 바에서의 만찬은 여행의 품격을 높여준다. 여정의 막바지에는 란타우섬으로 이동해 아시아 최장 길이의 케이블카를 타고 산과 바다를 넘나들며, 거대한 청동불상이 있는 옹핑 마을을 방문해 홍콩의 자연과 종교적 유산을 감상하는 시간도 갖는다.

 

원정대의 베이스캠프는 미쉐린 3스타 식당 탕코트가 위치한 특급호텔 '더 랭함 홍콩'으로 정해졌다. 침사추이 중심가에 자리해 주요 명소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며, 미식 여정의 피로를 풀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박찬일 셰프는 홍콩을 동서양의 음식 문화가 용광로처럼 섞인 현장이라 정의하며, 소수의 독자와 함께 이 놀라운 맛의 세계를 탐험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이번 원정대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홍콩이라는 도시의 영혼을 맛으로 확인하는 특별한 기록이 될 것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