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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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17개, 한국 상륙은 0개…태풍 경로 왜 일본으로 틀어지나

 제15호 태풍 찬홈이 일본 열도를 지나며 세력이 약해진 뒤 동해상에서 소멸했다. 찬홈이 남긴 비구름의 영향으로 동해안과 경남 일부 지역에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남부지방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강수량이 부족할 전망이다. 뒤이어 발생한 제17호 태풍 낭카 역시 일본 해상을 향해 이동하고 있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게 관측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찬홈은 12일 오전 9시 일본 오사카 북쪽 약 140㎞ 부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며 태풍의 구조를 잃었습니다. 중심 부근의 강한 바람과 뚜렷한 소용돌이 형태가 사라지면서 찬홈은 더 이상 태풍으로 분류되지 않게 됐다.

 

다만 찬홈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서 날씨 영향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태풍이 끌어올린 수증기와 남은 비구름대가 동해상과 남동부 지역에 영향을 주면서 13일부터 경남 비와 동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예상 강수량은 대체로 10~40㎜ 수준으로 전망된다. 일부 지역에는 짧은 시간 비가 내릴 수 있지만, 가뭄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정도의 많은 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내륙 지역에서는 무더위 속 소나기 가능성도 있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낮 동안 기온이 오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갑작스러운 소나기 구름이 발달할 수 있다. 다만 소나기는 지역별 편차가 커 어느 곳에는 비교적 강하게 내리고, 인근 지역에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농업용수 부족과 저수율 저하가 이어지는 남부지방의 가뭄 상황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찬홈에 이어 제17호 태풍 낭카도 발생해 북상하고 있다. 낭카는 12일 오전 9시 괌 북서쪽 약 97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뒤 일본 도쿄 남동쪽 해상을 향해 북동진하고 있다. 현재 낭카는 비교적 약한 세력인 ‘강도 1’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기상청이 제시한 예상 경로상 한반도와는 상당히 떨어진 해상을 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낭카가 국내에 직접적인 비바람 피해를 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올해는 태풍 발생 수 자체가 평년보다 많은 편이다. 현재까지 발생한 태풍은 모두 17개 태풍 발생으로, 평년 기준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하는 태풍 수인 13.5개를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태풍이 많이 생겼음에도 국내에 상륙한 태풍은 아직 없다. 8월 초 이후 잇따라 발생한 태풍들이 한반도보다는 일본 방향이나 먼 해상으로 이동하면서, 국내에는 직접적인 태풍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태풍들이 한국을 비켜가는 배경에는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여름 폭염을 키운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확장하면서 한반도 주변을 덮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고기압성 흐름까지 더해지며 태풍이 북상할 수 있는 통로가 좁아졌다. 이른바 태풍의 길이 고기압 장벽에 막히면서 태풍이 한반도로 곧장 올라오지 못하고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거나 먼바다로 빠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태풍은 강풍과 폭우로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기상 현상이지만, 동시에 여름철 가뭄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남부지방처럼 장기간 비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태풍이나 열대성 저기압이 몰고 오는 수증기가 저수지와 하천 수량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태풍들은 국내에 직접 비를 뿌리지 못했고, 남부지방의 가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찬홈 역시 동해안과 일부 남동부 지역에 비구름을 남기는 데 그쳤다. 경남 등에 10~40㎜ 안팎의 비가 예보됐지만, 누적된 강수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양이다. 특히 농업 현장에서는 농업용수 부족과 저수율 저하, 과수 생육, 밭작물 피해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더라도 강수 지역이 제한적이면 체감되는 가뭄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태풍 전망이다. 올해 태풍 발생 수와 강도가 예년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강한 태풍이 뒤늦게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태풍 활동은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며, 8월과 9월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자주 나타나는 시기다. 현재까지는 고기압 영향으로 태풍이 비켜가고 있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세력이 달라지면 태풍 경로도 변화할 수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당분간 태풍 낭카의 이동 경로와 함께 북태평양고기압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가면 폭염과 가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강한 태풍이 방향을 틀어 접근하면 집중호우와 강풍 피해가 우려된다. 결국 올해 하반기 날씨의 핵심 변수는 태풍이 어디로 향하느냐와 한반도 주변 고기압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려 있다.

 

제15호 태풍 찬홈은 사라졌지만, 그 여파와 함께 남부지방 가뭄, 동해안 비, 제17호 태풍 낭카의 진로,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여부는 계속 주목해야 할 기상 이슈로 남아 있다. 태풍이 오지 않아도 가뭄 피해가 커질 수 있고, 태풍이 오면 재난 피해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의 기상 변화에 대한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