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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관심은 사실"…사비, 정식 감독이면 수락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던 세계적 레전드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임시 감독 공개 채용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스페인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비 감독은 자신의 명성과 축구계에서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단기 계약 형태의 임시직을 뽑는 공개 채용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럽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는 거물급 지도자에게 3개월짜리 단기직을 제안하며 공채 절차를 밟으라는 협회의 행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종료 이후 홍명보 감독이 물러나면서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대한축구협회는 고심 끝에 사상 처음으로 감독직을 공개 채용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침을 세웠으나, 정작 이번 공채는 9월부터 11월까지만 팀을 이끌 임시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러한 협회의 결정은 파울루 벤투나 거스 포옛 등 한국행에 관심을 보였던 다른 명장들에게도 당혹감을 안겨주었으며, 현지 축구계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선임 방식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줄곧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며 차기 행선지로 아시아 국가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개인적인 사정과 더불어 아시안컵과 같은 대륙별 대회 참가를 희망하며 한국행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위임장까지 전달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사비 감독이었기에, 이번 임시 감독 공채라는 협회의 악수가 대어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선수 시절의 화려한 커리어는 물론 감독으로서도 바르셀로나를 이끌며 라리가 우승을 경험한 사비는 여전히 유럽 미디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토트넘 등 프리미엄 리그 구단들의 차기 감독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그에게 한국 대표팀의 정식 감독직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협회가 제시한 '임시'라는 꼬리표와 일반적인 공채 방식은 세계적인 지도자가 받아들이기에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자 직업적 안정성이 결여된 제안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스페인 현지의 전설적인 축구인들 역시 사비 감독의 입장에 동조하며 대한축구협회의 접근 방식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름값 있는 감독들이 한국 축구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스스로 문턱을 낮추고 절차적 정당성에만 매몰되어 거물급 영입의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있다는 평가다. 사비 감독 측은 정식 감독직이라면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와 같은 임시 체제 공채 방식이 유지되는 한 그의 한국행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이번 공채 실험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를 찾기보다는 당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에 그칠 위험이 크다. 사비 에르난데스라는 세계적인 카드를 손에 쥐고도 행정적 경직성 때문에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향후 협회가 임시 체제를 넘어 정식 감독 선임 과정에서 어떤 변화된 태도를 보일지가 사비 감독을 비롯한 해외 명장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변수가 될 전망이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