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스포츠타임

코트 떠난 험프리스, 미네소타 외식업계 큰손 등극

 과거 킴 카다시안과의 짧고 강렬했던 결혼 생활로 전 세계적인 구설에 올랐던 전 NBA 선수 크리스 험프리스가 은퇴 후 완전히 다른 삶을 개척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험프리스는 한때 코트 위에서의 활약보다 '카다시안의 전남편'이라는 꼬리표로 더 유명세를 치렀으나, 현재는 미국 전역에 수십 개의 매장을 거느린 거물급 외식 사업가로 변신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화려한 연예계의 조명과 거친 코트를 떠나 고향 미네소타에서 일궈낸 그의 성공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험프리스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시점은 2011년 카다시안과의 결혼이었다. 당시 두 사람의 결합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대형 이벤트로 제작될 만큼 화려했지만, 불과 72일 만에 이혼 신청이 접수되며 세간의 비난을 샀다. 이 과정에서 험프리스는 결혼이 비즈니스를 위한 사기였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2년간의 긴 법정 공방을 벌여야 했다. 그는 훗날 자신의 감정은 100% 진실이었다고 항변했으나,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혼 여파는 그의 본업인 농구장까지 침범했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경기장이 흔들릴 정도의 야유가 쏟아졌고, 그는 이름 대신 'TV에 나온 그 남자'로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1년 가까이 은둔 생활을 할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지만, 험프리스는 묵묵히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여러 팀을 거치며 베테랑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그는 2019년 필라델피아에서 공식 은퇴를 선언하며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코트를 떠난 험프리스가 선택한 길은 외식업이었다. 그는 은퇴 직후부터 유명 햄버거 체인인 '파이브 가이즈' 매장 10곳을 운영하며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주는 홍보 모델이 아니라,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며 건강식 레스토랑 등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했다. 운동선수 특유의 성실함과 승부욕은 사업 현장에서도 빛을 발했고, 그의 매장들은 지역 사회의 맛집으로 자리 잡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최근에는 가족들과 함께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인 '데이브스 핫 치킨'에 집중하며 사업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당 브랜드와의 계약을 30개 매장까지 확대하며 미네소타 지역의 외식업계 큰손으로 부상했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가족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뛰는 그의 모습은 화려한 연예계의 허상보다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크리스 험프리스의 변신은 유명인이라는 꼬리표가 독이 아닌 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자신을 괴롭혔던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철저히 실력으로 승부하는 사업의 세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입증했다. 한때 전 세계의 야유를 받았던 '비운의 남편'은 이제 수백 명의 직원을 책임지는 성공한 경영자로서 당당히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