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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톤 드는 14cm 로봇…HL로보틱스 물류 평정

 자율주행 기술의 영역이 도로 위 자동차를 넘어 주차장과 물류 창고 등 정적인 공간까지 지능화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HL그룹의 로봇 전문 기업인 HL로보틱스는 자동차 개발 공정을 로봇 제작에 이식하는 혁신적인 시도로 자율주행 로봇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2024년 출범 이후 그룹 내 로봇 역량을 결집해온 이 기업은 단순한 기계 제조를 넘어 공간의 가치를 재설계하는 솔루션 제공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실내 자율주행 주차로봇인 '파키'의 상용화다. 파키는 별도의 레일이나 마그네틱 선을 바닥에 설치할 필요가 없는 자율주행 이동 로봇(AMR) 방식을 채택했다. 차량 하부로 들어가 바퀴를 들어 올리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추가적인 인프라 공사 없이도 기존 주차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는 주차 공간이 부족한 도심 빌딩이나 대형 상업 시설에서 동일 면적당 주차 수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HL로보틱스의 기술적 차별화는 프랑스 자회사인 스탠리 로보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실내외 통합 솔루션에 있다. 실외 주차로봇인 '스탠'과 실내용 '파키'가 연동됨으로써 주차 환경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중앙 제어 시스템을 통해 로봇의 동선을 자유롭게 관리하며, QR코드 인식 등을 활용해 정밀한 위치 제어가 가능하다. 이러한 유연성은 복잡한 구조의 주차장에서도 로봇이 막힘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핵심 동력이다.

 

물류 현장에서도 HL로보틱스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초슬림형 물류로봇 '캐리'는 140mm라는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최대 2톤에 달하는 중량물을 운반할 수 있는 괴력을 자랑한다. 고밀도 적재가 필요한 데이터센터나 스마트 팩토리 환경에서 캐리는 좁은 틈새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자동화 효율을 높인다.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하는 첨단 산업 현장에서 캐리의 저상형 설계와 고중량 운반 능력은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 안전 분야에서는 순찰 로봇 '골리'가 실증 경험을 쌓으며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골리는 다양한 실외 환경에서 자율주행하며 범죄 예방 및 시설 점검 업무를 수행하는 협업 솔루션이다. 주차로봇이 '문콕' 사고와 같은 생활 밀착형 문제를 해결한다면, 골리는 광범위한 지역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이처럼 HL로보틱스는 주차, 물류, 순찰로 이어지는 로봇 풀라인업을 구축해 모빌리티가 머무는 모든 공간에 지능형 기술을 심고 있다.

 

HL로보틱스는 향후 자율주행 및 구동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의 활용 범위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공항 발렛 서비스의 완전 무인화나 대규모 물류 거점의 안전 자동화 등 로봇이 창출할 수 있는 공간 가치 혁신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완성차 연구개발 노하우를 로봇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HL로보틱스의 행보는 로봇이 인간의 생활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