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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카리스마, 벤츠 S 450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오랜 시간 기업 경영진과 리더들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플래그십 세단으로 자리해왔다. 국내에서는 1987년 첫선을 보인 뒤 누적 판매량 10만 대를 넘기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강원도 영월 일대에서 시승한 '더 뉴 S 450 4MATIC 롱 AMG 라인'은 화려한 성능을 과시하기보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 안락함으로 이동의 품격을 높이는 데 집중한 모습이었다. 이번 신차는 2021년 출시된 7세대 모델의 부분변경 버전으로, 차량 구성 요소의 절반 이상인 약 2,700개 요소를 새롭게 개발해 완성도를 높였다.

 

외관은 S클래스 특유의 중후함을 유지하면서도 세밀한 변화를 통해 존재감을 키웠다. 전면부에는 브랜드 최초로 일루미네이티드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었으며, 그릴 안쪽을 촘촘하게 채운 삼각별 패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닛 위의 엠블럼과 트윈 스타 디자인의 헤드램프까지 더해져 어느 각도에서 봐도 벤츠임을 숨기지 않는다. 시승 차량인 AMG 라인은 전용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등을 통해 대형 세단의 정석 같은 실루엣에 약간의 역동성을 가미했다. 5.3m가 넘는 긴 차체와 3.2m의 휠베이스는 도로 위에서 묵직한 위용을 자랑한다.

 


실내는 플래그십 세단다운 고급스러움과 최신 디지털 기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유리 표면 아래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MBUX 슈퍼스크린이 시각적 압도감을 주지만, 곳곳에 배치된 우드 소재가 전통적인 럭셔리 세단의 아늑함을 유지한다. 특히 새로운 운영체제인 MB.OS를 기반으로 티맵 오토, 지니뮤직, 오디오북 등 국내 고객에게 익숙한 서비스를 대거 탑재했다. 이는 리더들에게 차 안에서의 시간이 단순한 이동을 넘어 업무 준비나 휴식을 위한 생산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다.

 

주행을 시작하면 S클래스가 지향하는 정숙함과 여유로움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3.0리터 6기통 가솔린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조합된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381마력을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엔진 소음이 실내로 크게 유입되지 않으며, 큰 차체를 매끄럽게 밀어내는 감각이 일품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9초 만에 도달하는 빠른 성능을 갖췄음에도,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기분은 폭발적인 힘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평온함에 가깝다.

 


승차감의 핵심은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다. 노면의 굴곡과 요철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어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한다. 조향감 역시 지나치게 날카롭지 않고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자연스럽게 따라와 긴 차체를 몰아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특히 뒷바퀴를 최대 4.5도까지 조향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좁은 길이나 코너에서 회전 반경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코너 진입 시 디스플레이에 차량 주변 상황을 직관적으로 표시해 주는 기능 또한 대형 세단 운전의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뒷좌석은 쇼퍼드리븐 세단으로서 S클래스의 진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넉넉한 무릎 공간과 더불어 전동 시트, 열선, 통풍 기능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소파에 앉은 듯한 안락함을 선사한다. 뒷좌석 전용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동 중에도 화상회의를 하거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1억 9,540만 원이라는 가격은 분명 부담스럽지만, 안락함과 디지털 편의성을 동시에 잡은 이번 신형 S클래스는 왜 이 차가 여전히 리더들의 최우선 선택지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