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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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박민의 시계, 하주석 트레이드 재평가

 지난 7월 말 단행된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1대1 트레이드 이면에는 박민이라는 젊은 내야수의 부재가 결정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당시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1군에서 중용되던 박민이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자, KIA는 내야 붕괴를 막기 위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박민의 이탈은 단순한 선수 한 명의 부재를 넘어 팀 내야 운영 전체에 균열을 일으켰고, 이는 결국 베테랑 유격수 하주석을 영입하는 과감한 승부수로 이어졌다.

 

하지만 트레이드 이후 한 달이 가까워지는 시점에도 KIA 내야의 부상 악재는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박민은 여전히 재활군에 머물고 있으며, 허리 통증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구체적인 복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구단 내부에서는 박민의 회복을 간절히 기다리면서도, 자칫 무리한 복귀가 더 큰 화를 부를까 봐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주전급 백업 자원의 복귀 지연은 이범호 감독의 내야 운용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내야 유틸리티 자원인 김규성마저 부상 회복 속도가 더뎌 현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수비 훈련 중 내복사근을 다친 김규성은 당초 2주 정도면 기술 훈련 합류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재검진 결과 실전 투입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8월 내 복귀가 사실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KIA 내야진은 가용 인력이 극도로 제한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 하주석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트레이드 직후 팀에 합류한 그는 박민과 김규성이 빠진 유격수 자리를 든든하게 지켜내며 내야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화려함보다는 안정적인 수비를 주문했고, 하주석은 이에 완벽히 부응하며 팀이 필요로 할 때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 하주석이라는 대체 자원이 없었다면 KIA의 내야 수비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격력 측면에서도 하주석은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거포급 성적을 내며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적 후 15경기에서 3할 중반대의 타율과 0.900이 넘는 OPS를 기록 중인 그는,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심리적인 환기를 거친 것이 잠재된 타격 능력을 깨우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정팀 한화와의 시리즈에서도 결정적인 적시타를 때려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구단 역시 가래톳 부위에 불편함을 느낀 그를 선별적으로 관리하며 전력 이탈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KIA 내야는 유격수와 3루수를 볼 수 있는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엔트리가 확장되고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하주석이 짊어져야 할 짐은 절대적이다. 이범호 감독이 내야 왼쪽 라인의 공백을 우려하며 하주석의 컨디션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하주석 트레이드는 KIA 프런트가 올 시즌 우승을 향한 여정에서 신의 한 수로 꼽힐 만큼 결정적인 '대첩'이었음이 현장의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