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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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부터 윤도현까지, KIA 핵심 3인 상무행

 KIA 타이거즈의 핵심 전력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다. 6일 발표된 국군체육부대 최종 합격자 명단에 따르면, 투수 정해영과 한재승, 내야수 윤도현 등 총 3명의 선수가 상무 입대를 확정 지었다. 이번 모집에는 KIA에서만 9명의 선수가 지원하며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나, 최종적으로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핵심 자원들이 선발되었다. 이들은 오는 12월 7일 입소하여 2028년 6월까지 군 복무와 운동을 병행하게 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름은 단연 정해영이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그는 2년 차부터 마무리 보직을 맡아 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성장했다. 매 시즌 20~30세이브를 꾸준히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최연소 150세이브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마무리 자리를 내주는 시련을 겪었다. 정해영에게 이번 상무 입대는 흐트러진 밸런스를 다잡고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재정비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해영과 동갑내기인 우완 투수 한재승도 함께 상무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NC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올 시즌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5살이라는 적절한 시기에 병역 문제를 해결하게 된 만큼, 전역 후에는 한층 더 성숙해진 기량으로 KIA 마운드의 허리를 책임질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내야의 기대주 윤도현 역시 상무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입단 당시 동기 김도영과 함께 '제2의 이종범'을 꿈꾸던 유망주였으나, 잦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통산 출장 경기 수가 74경기에 그칠 정도로 현장에서는 아쉬움이 컸던 선수다. 올해도 타격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상무에서의 체계적인 훈련과 경기 출장을 통해 건강한 몸 상태를 회복한다면 잠재력을 폭발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23살의 젊은 나이에 군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KIA 구단은 이번 대거 지원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면담을 통해 입대 시기를 조율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선발진의 한 축인 황동하의 경우 서류 전형을 통과했으나 구단과의 논의 끝에 입대를 1년 미루기로 결정하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핵심 불펜과 내야 자원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만큼, 남은 시즌 동안 이들의 빈자리를 메울 대체 자원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KIA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세 선수는 12월 입대 전까지 남은 정규시즌 일정에 최선을 다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특히 정해영은 비록 마무리 보직에서는 물러나 있지만, 입대 전까지 팀의 승리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2028년 여름,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타이거즈의 주역들이 상무라는 무대에서 어떤 성장 드라마를 써 내려갈지 야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