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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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나면 '독박'…수영만 요트 불법 영업 기승

 부산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수영만 요트경기장이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개발 추진에 따라 계류 허가가 만료되고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요트 업체들이 여름 성수기 대목을 노려 불법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곳곳에는 사고 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경고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수영만 요트경기장 계류장 입구는 요트 투어를 예약한 이용객들로 붐볐다. 주차장과 매표소가 폐쇄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업체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외국인 단체 관광객과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줄지어 요트에 올랐다. 이들은 온라인 예약 당시 영업정지 사실이나 보험 미적용 가능성에 대해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언어 장벽이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요트에 몸을 싣고 있었다.

 


현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계류 중인 영업용 요트 23척은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과 부산시의 공시송달 절차 완료에 따라 모두 영업정지 상태다. 만약 이 기간 중 해상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는 이를 무허가 영업에 따른 사고로 간주해 보상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법적 보호망 밖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고스란히 위험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업체들은 행정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생존권을 내세워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 측은 기존 예약 고객을 외면할 수 없어 비용을 받지 않고 운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대다수 업체가 여전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예약을 받고 결제를 유도하고 있었다. 조합 측은 일부 업체의 일탈이라며 계도를 약속했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출항 행렬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단속 권한을 가진 부산시와 해경은 입증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시는 해경에 수차례 단속을 요청했으나, 업체들이 '지인 탑승'이나 '무상 서비스'라고 주장할 경우 금전 거래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적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단속 실적은 단 1건에 불과해 행정 당국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고가 접수되어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승객의 직접적인 진술 없이는 처벌이 어려운 법적 맹점을 업체들이 악용하고 있다.

 

재개발을 둘러싼 지자체와 사업자 간의 법적 다툼이 장기화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관광객에게 돌아가고 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불법 영업이 성행하는 가운데, 자칫 대형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부산 관광 전체의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 당국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위험한 항해는 이번 여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