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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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만 개 불법 영상물 전쟁, 사이트 개설만 해도 처벌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인 불법 사이트를 뿌리 뽑기 위해 수사기관이 서버에 직접 침투해 데이터를 삭제하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기존의 단순 접속 차단 방식으로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들의 운영을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방안은 불법 촬영물을 직접 올리지 않더라도 유통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행위 자체를 독립된 범죄로 규정해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외에서 유통되는 한국인 관련 불법 영상물은 약 215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불법 사이트 5곳 중 1곳은 여전히 접속이 가능하며, 이 중 상당수는 별도의 우회 도구 없이도 국내망에서 접근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사이트는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함께 게시하거나 유료 회원제를 운영하며 이용자들을 또 다른 범죄로 유인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영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능동적 방어 제도'의 도입 검토다. 이는 법원의 영장을 토대로 수사기관이 불법 사이트 서버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를 확보하고, 원본 데이터를 강제로 삭제해 피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해외 서버라는 이유로 삭제 요청에 불응해 온 플랫폼들에 대해 국가가 직접적인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범죄 수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경제적 압박도 강화된다. 불법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또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을 활용해 불법 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의 거래를 즉시 정지시키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이트 한 곳당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차단함으로써 범죄 카르텔의 생태계 자체를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기술적 대응 체계도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고도화된다. 도메인 주소를 수시로 바꿔 차단을 피하는 '도메인 셔틀링' 수법을 AI가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유사 사이트가 발견되면 별도 심의 없이 즉각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또한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 긴급 차단 요구권을 부여해 행정 절차로 인한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고, 스팸 문자 단계에서부터 불법 사이트 정보를 걸러내는 선제적 방어막을 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범부처 실무협의체를 통해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접수부터 삭제 명령, 사업자 제재까지 아우르는 통합 대응 체계와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피해자의 고통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범죄 구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최종 목표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