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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자락 잡는 법, 도심 호텔과 근교 리조트

 여름휴가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7월 말에서 8월 초에 집중되던 이른바 '7말8초'의 혼잡함과 기록적인 폭염을 피해,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여유롭게 떠나는 '8말9초'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여행 검색 플랫폼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시기 한국인 여행객들의 호텔 검색량은 지난해보다 75%가량 급증하며 막바지 휴가 열기를 증명하고 있다. 이에 호텔과 리조트 업계는 여름의 활기와 가을의 정취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늦깎이 휴가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심 속에서 짧고 굵은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서울 주요 호텔의 루프탑 공간이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서울드래곤시티는 한강 뷰를 조망하며 수영과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카바나 시티'를 9월 20일까지 운영하며 늦여름의 낭만을 이어간다. 낮에는 런치 세트를 통해 여유로운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무제한 생맥주와 바비큐 플래터를 제공해 도심 속 피서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프레이저 플레이스 역시 정동길의 가을 풍경과 미식을 결합한 패키지를 선보이며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려는 투숙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수도권 근교 리조트들은 가족 단위 여행객을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웠다.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리조트는 물놀이와 문화 공연을 결합한 프로모션을 통해 휴가의 마지막 흥을 돋운다. 외국인 공연단의 마임쇼와 악사 연주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야외 펍에서는 생맥주 추가 증정 혜택을 통해 시원한 여름밤의 정취를 선사한다. 특히 폭염 시에는 공연 장소를 실내로 변경하는 유연한 운영을 통해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하며 막바지 피크닉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여름의 상징인 물놀이를 끝까지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워터파크 시설을 갖춘 리조트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전국 각 지점의 특색을 살린 워터 콘텐츠를 강화했다. 거제 벨버디어는 신규 워터슬라이드와 키즈 버블 이벤트를 통해 아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설악 워터피아는 인기 어트랙션 운영과 함께 지역 축제인 '워터밤 속초'와 연계한 패키지로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경주와 산정호수 등지에서도 온천수 유수풀과 인근 물놀이장을 운영하며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다.

 


한발 앞서 가을의 서정을 만끽하려는 여행객들을 위한 지역 특화 상품도 눈길을 끈다. 휘닉스 호텔앤드리조트는 평창의 하얀 메밀꽃과 제주의 은빛 억새를 테마로 한 '폴 투게더' 상품을 출시했다. 평창에서는 곤돌라를 타고 해발 1000m가 넘는 정상에 올라 메밀꽃 군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제주 섭지코지에서는 억새 산책로와 미술관 관람 혜택을 묶어 깊어가는 가을의 매력을 선사한다. 이는 여름 물놀이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정적인 휴식과 시각적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8말9초' 휴가족이 늘어난 배경에는 극심한 폭염과 고물가 시대에 성수기 요금 부담을 덜려는 실속형 소비 심리가 깔려 있다. 여행 업계는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이 교차하는 이 시기만의 독특한 계절감을 살린 상품들이 당분간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복잡한 인파를 피해 한적한 자연이나 세련된 도심 호텔에서 즐기는 늦여름 휴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으며 국내 관광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