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생활문화

예술은 보편적 언어, 호레바가 전한 평화의 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스타 마리아 호레바가 8년 만에 한국 무대를 다시 찾았다. 제19회 서울국제발레축제 참석차 내한한 호레바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발레단 소속인 한국인 발레리노 전민철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민철과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 등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경험을 회상하며, 무대 위에서 파트너의 눈을 보는 순간 그가 이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있음을 직감했다고 극찬했다. 단순한 테크닉을 넘어 관객에게 고유한 서사를 들려주려는 전민철의 진정성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호레바는 이번 축제의 개막 공연인 'K-발레 월드스타' 갈라 무대에서 볼쇼이 발레단의 마카르 미할킨과 함께 환상적인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8년 마린스키 입단 첫해에 퍼스트 솔리스트로 파격 승급하며 전 세계 발레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그는, 춤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삶을 해석할 수 있는 현재의 삶에 깊은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한국 무용수들의 수준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남녀를 불문하고 이들이 보여주는 예술적 성취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무대 밖 호레바는 68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강력한 SNS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훈련 과정과 일상을 대중과 공유하는 행위가 이제는 개인적인 즐거움을 넘어 발레라는 예술 형식을 여러 세대와 연결하는 사명이 되었다고 밝혔다. 클래식 발레를 어렵게 느끼는 젊은 층에게 발레의 매력을 친숙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포부다. 방탄소년단과 스트레이 키즈를 좋아하는 열혈 팬이기도 한 그는, K-콘텐츠의 재미를 인정하면서도 무대 위에서 느끼는 발레의 진실한 감정이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국제적인 정치 상황에 따른 러시아 예술가들의 활동 제약에 대해서는 단호하면서도 철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자신을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라고 정의한 호레바는, 예술의 본질은 사람의 영혼을 연결하고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예술이라는 언어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밝힌 것이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예술이 지닌 치유와 화합의 기능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번 서울국제발레축제는 호레바뿐만 아니라 국내외 정상급 무용수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 발레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은 물론, 일본 신국립극장발레단 등 해외 유수 단체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발레협회는 이번 축제를 통해 차세대 유망주를 발굴하고 창작 발레의 외연을 넓히는 터전을 마련함으로써 한국 발레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축제는 25일 개막 갈라를 시작으로 창작 안무가전과 청소년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10월 1일까지 이어진다. 세계적인 스타 호레바의 내한으로 한층 고조된 발레 열기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이번 무대는 관객들에게 발레가 지닌 영원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깊은 감동의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실학자 정약용, 이번엔 로봇·패션쇼로 돌아왔다

다. 올해 40회를 맞은 다산정약용문화제는 전통 인물 축제의 틀을 넘어, 과거의 지혜를 오늘의 놀이와 기술로 체험하는 방식으로 관람객을 맞는다.남양주시는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조안면 정약용유적지와 다산생태공원 일대에서 ‘제40회 다산정약용문화제’를 연다. 주제는 ‘시대를 설계한 정약용, 오늘을 혁신하다’다. 조선 후기 대표 실학자인 정약용의 실사구시 정신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이번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체험’이다. 정약용을 기리는 의례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움직이고 만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전면에 배치됐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정약용 로봇창작대회’에서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볼 수 있다. 실용을 중시했던 다산의 정신을 오늘날의 창작 활동과 연결한 프로그램이다.‘정약용 미래공방’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만날 수 있다. 다산이 살던 시대의 혁신이 수원화성, 거중기, 행정 개혁이었다면, 오늘의 혁신은 AI와 로봇이라는 점에 착안한 구성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실학의 가치를 미래 기술 체험으로 풀어낸다.정약용유적지는 하나의 야외 미션 공간이 된다. 보물찾기 프로그램 ‘다산의 마지막 제자’는 방문객이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단서를 찾고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역사 공간을 조용히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걷고 찾고 해결하면서 정약용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반대로 속도를 늦추는 프로그램도 있다. ‘디지털 디톡스 유배체험’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서 잠시 벗어나 사색의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강진 유배 시절 수많은 저술을 남긴 정약용의 시간을 현대인의 쉼과 연결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다산생태공원의 가을 풍경 속에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경험이 될 수 있다.전통문화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는다. 한복 체험, 전통놀이, 문예대회, 어린이 퀴즈 프로그램 ‘도전! 장원급제’가 축제장을 채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헌화와 헌다례도 마련돼 문화제 본연의 의미를 살린다. 세대별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뉘어 있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머물기 좋은 구성이 됐다.40주년을 기념한 무대도 축제의 관전 포인트다. 남양주시는 시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 개막식 시간을 오후 3시로 옮겼다. 첫날인 17일에는 헌다례와 개막식에 이어 뮤지컬 ‘다산, 물 위의 별’ 갈라쇼가 펼쳐진다. 정약용의 삶을 음악과 무대 언어로 풀어내며 관람객에게 색다른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이상봉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기념 패션쇼도 열린다. 이번 패션쇼는 정약용의 혁신 정신과 한국적 미감을 결합한 무대로 꾸며진다. 실학자의 이름을 내건 축제에서 패션쇼가 열린다는 점은 낯설지만, 바로 그 낯섦이 올해 문화제가 지향하는 변화의 방향을 보여준다.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하겠다는 의도다.둘째 날인 18일에는 음악으로 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진다. 어반자카파, HYNN 박혜원, 억스가 출연하는 기념 콘서트가 오후에 열린다. 가을 정취가 깊어지는 다산생태공원에서 열리는 공연인 만큼, 축제의 마지막을 여유롭게 즐기려는 방문객들의 관심이 예상된다.행사장 곳곳에는 거리공연과 버스킹이 마련된다.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팜마켓도 함께 운영돼 남양주의 먹거리와 농산물을 만날 수 있다. 축제장을 걷다가 공연을 보고, 체험에 참여하고, 지역 농산물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하루 일정을 채울 수 있다.방문객을 위한 교통편도 준비된다. 남양주시는 운길산역과 조안면 체육공원에서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프로그램별 일정과 공연 시간, 셔틀버스 운행 정보는 다산정약용문화제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남양주시 관계자는 “40회를 맞은 이번 문화제가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고,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가족, 친구와 함께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을 즐기며 가을의 여유를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