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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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표 민주당, 계파 빼고 능력 채웠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신임 당대표가 취임 직후 속도감 있는 당직 인선을 단행하며 새 지도부의 진용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19일 수석사무부총장에 문진석 의원을, 조직사무부총장에 안태준 의원을 각각 임명하며 당의 살림과 조직을 책임질 실무 라인을 보강했다. 전날 4선의 한정애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발탁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수도권과 충청권을 아우르는 지역 안배와 실무 능력을 동시에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선의 핵심은 당의 두뇌 역할을 하는 민주연구원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과거 민주연구원장을 역임했던 김 대표는 연구원을 조사와 전략 중심의 기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강득구 의원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2028년 차기 총선을 대비해 당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는 정책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주요 보직에 임명된 인사들은 저마다의 포부를 밝히며 당의 변화를 예고했다. 권칠승 신임 정책위의장은 민생 현장을 살피는 현실적인 정책 수립을 약속했으며, 김남준 홍보위원장은 당의 철학을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브랜드 전략실'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대중화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델리민주TV 등 미디어 홍보 역량을 강화해 국민 삶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민석 대표는 이번 인선 과정에서 '계파 타파'와 '능력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그는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번 지도부가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된 만큼, 오직 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역량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함으로써, 당내 화합을 도모하고 외부를 향해 단일대오로 힘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당 내부에서는 이번 지도부 구성이 '민생과 실용'이라는 노선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선의 신정훈 의원을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에, 초선의 김태선 의원을 비서실장에 배치하는 등 중진의 경륜과 초선의 패기를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번 인선이 차기 정권 교체를 위한 전략적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며, 오직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실력 위주의 진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번 인선을 기점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등 내부 결속 행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대정부 투쟁과 민생 입법 과제 해결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 대표가 공언한 대로 민주연구원의 혁신과 홍보 시스템의 고도화가 실제 당 지지율 상승과 정책 주도권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새롭게 출범한 '김민석호'가 거대 야당을 이끌며 어떤 정치적 성과를 거둘지 여의도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