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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열기 식었다” 규제 한 달 만에 개인 1.7조원 팔아


금융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투자 규제를 강화한 이후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시행 후 약 한 달 동안 개인은 관련 상품을 1조7000억원 넘게 순매도했고, 하루 거래대금 역시 규제 이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3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8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개 종목에서 총 1조77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규제 도입 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관련 상품이 상장된 지난 5월 27일부터 규제 시행 직전인 7월 30일까지 개인은 16개 상품을 합쳐 15조3876억원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 관련 상품 8개에서 9조9365억원, 삼성전자 관련 상품 8개에서 5조3511억원의 순매수가 각각 이뤄졌다.

 

하지만 투자 문턱이 높아지면서 개인 자금의 흐름은 빠르게 달라졌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필요한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후 개인 수급은 매수 중심에서 매도 우위로 전환됐다.

 


거래 규모의 변화는 더욱 뚜렷했다. 5월 27일부터 7월 30일까지 규제 시행 전 관련 16개 상품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1조678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규제가 시작된 첫날 거래대금은 3조1518억원으로 감소했고, 이달 28일에는 5370억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달 기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조59억원으로 집계됐다. 규제 이전 평균 거래대금과 비교하면 약 19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개인투자자의 과열 양상이 크게 진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앞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특정 종목의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연이어 보완책을 마련했다. 우선 기본예탁금을 대폭 올렸으며, 지난 19일부터는 해당 상품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의거래도 의무화했다.

 

추가 규제도 예정돼 있다. 당국은 앞으로 매매 수량 단위를 기존보다 확대해 20주 단위로 거래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오는 11월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투자 접근성을 낮추는 동시에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증권가에서는 규제 시행 이후 나타난 거래대금 감소와 개인 매수세 위축을 두고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반 개인투자자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에 쉽게 참여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자 손실 위험도 확대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본예탁금 상향으로 소액 투자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제한하고, 상품의 높은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시장에 확산시킨 점에서는 규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이번 조치가 시장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규제 이후 개인투자자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약화되고 거래 규모까지 빠르게 줄어들면서 금융당국의 과열 억제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완책이 단순히 투기성 거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 자금의 흐름을 보다 정상적인 투자처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를 과열을 막기 위한 장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왜곡된 개인투자자 수급 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일종목에 집중됐던 자금이 코스닥 시장이나 일반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관련 상품의 순자산 규모가 줄어든 점도 증시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16개 상품의 순자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규모는 통상 상품의 순자산 규모와 연동되는 만큼, 전체 자산 규모 자체가 줄어들면 시장에 미치는 매매 영향도 함께 축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관련 상품의 몸집이 작아진 것이 특정 종목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