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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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한국 온다…스토르고르스·김봄소리 무대


지휘자 욘 스토르고르스가 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핀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넓힌 그는 현재 영국과 핀란드, 캐나다를 오가며 주요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스토르고르스의 내한은 2019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후 처음이다. 그는 핀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다 스웨덴 방송교향악단의 악장을 거쳐 지휘자로 전향했다.

 

현재는 BBC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2022년부터 이 악단을 이끌어온 그는 투르쿠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와 캐나다 국립예술센터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지휘자도 겸하고 있다. 2026/2027시즌부터는 캐나다 국립예술센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서 스토르고르스와 호흡을 맞추는 협연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다. 김봄소리는 2023년 BBC 프롬스에 데뷔하면서 BBC 필하모닉과 처음 함께 연주했다. 이후에도 이 악단과 여러 차례 협연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김봄소리는 BBC 필하모닉 외에도 뉴욕 필하모닉, LA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무대에 올랐다. 최근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유럽 투어에도 참여했다.

 

도이치그라모폰 전속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봄소리는 지난달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도 데뷔 공연을 가졌다. 이번 예술의전당 무대에서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연주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의 시작은 파니 멘델스존의 ‘서곡 다장조’가 장식한다. 파니 멘델스존은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누나다. ‘서곡 다장조’는 파니가 남긴 유일한 관현악곡으로 알려져 있다.

 

생전 작곡가로서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던 파니 멘델스존의 작품이 최근 공연장과 음반 시장에서 다시 소개되고 있는 흐름도 이번 선곡에 반영됐다. 공연은 이 작품으로 문을 연 뒤 김봄소리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서정적인 선율과 바이올린 독주자의 뛰어난 기교가 함께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이 만들어내는 조화 속에서 김봄소리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2부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이 연주된다. 이 작품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리듬과 빠르게 이어지는 전개가 특징이다. 곡 전체를 관통하는 강한 리듬감과 추진력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특히 느린 2악장인 알레그레토에서 시작해 마지막 악장으로 갈수록 힘 있게 진행되는 흐름이 특징이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두고 ‘춤의 화신’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은 스토르고르스가 7년 만에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여기에 BBC 필하모닉과 꾸준히 협연해온 김봄소리가 함께하면서 지휘와 바이올린의 조합에도 기대가 모인다.

 

공연 티켓은 예술의전당 기준으로 선예매가 오는 9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일반 예매는 10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