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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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전국 향교 의례 표준 세운다

성균관이 전국 향교 의례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작업에 착수했다. 낡은 대성전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임시로 옮겨 모신 위패를 다시 제자리로 모시는 ‘환안례’를 고증하고 표준화해, 지역 향교들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의례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성균관과 성균관유도회총본부는 지난 5월 환안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관련 의례 절차 정리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태스크포스는 환안제와 환안행차의 순서, 참여자의 역할, 의식 진행 방식 등을 담은 홀기를 고증하는 데 집중했다. 홀기는 전통 의례를 실제로 진행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의식 진행문이다.

 

태스크포스는 고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례 재현까지 맡았다. 행사 기획과 참여자 모집, 홍보, 현장 운영 등을 총괄해 지난달 13일 환안제를 봉행했고, 24일에는 환안행차를 진행했다. 성균관은 이 과정에서 정리한 절차를 바탕으로 ‘환안 절차 표준안’을 마련하고, 이를 전국 234개 향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환안례는 향교의 핵심 공간인 대성전과 밀접한 의례다. 대성전은 공자와 여러 성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례를 올리는 공간이다. 건물 보수나 복원 공사를 할 때는 위패를 명륜당 등 임시 장소로 옮겨 모시는데, 공사가 끝난 뒤 다시 대성전에 봉안하는 절차가 바로 환안례다.

 

성균관은 이번 표준안이 향후 각 지역 향교에서 대성전 보수 후 의례를 진행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별로 남아 있는 관행을 존중하되, 기본 절차와 형식을 고증에 맞춰 정리함으로써 의례의 정통성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작업은 전국 향교의 보수 수요가 적지 않다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조선시대 지방 교육과 제례의 중심이었던 향교는 대성전과 명륜당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건축물 노후화가 진행된 곳이 많다.
 

 

성균관에 따르면 전국 234개 향교 가운데 약 3분의 1은 보수가 필요한 상태로 추정된다. 예산 부족이나 행정 절차 문제로 공사가 늦어지는 곳도 적지 않다. 현재 용인향교는 해체 복원에 가까운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대성전 공사가 이뤄지는 향교에서는 위패를 임시로 옮기고 다시 모시는 절차가 반드시 뒤따른다. 성균관이 마련하는 환안례 표준안은 이런 현장에서 실질적인 지침으로 쓰일 전망이다.

 

성균관은 의례 표준화와 별도로 전국 향교의 운영 실태도 조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올해 봄부터 전수조사를 시작했으며, 건축물과 시설 상태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운영 체계, 의례 보존 상황까지 함께 살피고 있다.

 

성균관은 올해 말 전수조사 1차 결과와 환안례 표준안을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교별 보수 필요성과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유교문화유산 관리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제도적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2024년 1월 시행된 ‘성균관·향교·서원법’과 지난해 9월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제1차 전통문화 계승·발전 종합계획’은 성균관과 향교, 서원의 보존과 활용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성균관은 이번 환안례 표준화가 단순한 의식 절차 정리에 머물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전통 의례를 고증해 현대에 맞게 재현하고, 전국 향교가 공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유교문화유산의 보존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성균관은 문묘 의례와 향교 문화를 한국 전통문화의 한 축으로 재조명할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와 협력해 성균관 일대를 역사문화 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역 관광과 문화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성균관 관계자는 “이번에 정립한 환안 절차 표준안은 앞으로 전국 향교에서 유사한 의례를 치를 때 중요한 참조 기준이 될 것”이라며 “전수조사 결과와 함께 전통 의례 보존과 향교 관리의 기반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