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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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오빠들 반박 못해”…한동훈, 녹취 또 공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거칠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녹취와 수사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추가 녹취를 공개하며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8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민주당TV’에서 한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한 의원이 관심을 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취지로 비판하며 “철없는 관종”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함께 출연한 송영길 의원도 공격에 가세했다. 송 의원은 한 의원이 자신의 존재감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방식으로 활동할 것이라면 국회의원을 하지 말고 가로세로연구소에 가서 슈퍼챗을 받는 것이 낫겠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새로운 녹취를 공개하며 다시 반격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브로커 양모씨가 제넨셀 설립자 강모씨에게 여권 핵심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내용이 담긴 2021년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에서 양씨는 당시 식약처장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매우 친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에서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을 경우 최 전 수석이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담겼다.

 


한 의원은 민주당 인사들이 사실관계에 반박하지 못한 채 자신을 향한 인신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혹을 ‘민주당 오빠들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관련 실체를 밝히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녹취에 등장한 최 전 수석은 양씨와 알고 지냈으며 실제로 접촉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에 책을 보내는 봉사단체 활동을 하면서 양씨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전 수석에 따르면 양씨와 몇 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2021년 무렵 용산역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고 이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신약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한 청탁을 받거나 이를 김 후보자에게 전달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한 의원은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단순히 우연히 만난 사람이라면 왜 신약 개발 진행 상황을 상의했겠느냐는 취지로 최 전 수석의 해명을 반박했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공개하고 있는 수사자료의 입수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송 의원은 한 의원이 과거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확보한 수사자료를 이용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피의사실공표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공세도 계속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유튜브에 출연해 이번 인사와 관련해 “내 죄를 지워줄, 충실하게 내 뜻을 따라줄 사람을 임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브로커 양씨를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오빠 청탁’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민주당과 김 후보자가 양씨를 청문회 증인으로 부르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넘어 관련 녹취의 내용과 등장인물, 수사자료 공개 과정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한 의원의 폭로 방식과 자료 입수 경위를 문제 삼고 있고, 한 의원과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와 주변 인사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