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최신

경제최신

KRX, 저녁 8시까지 주식거래 연다

한국거래소가 오는 14일부터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코스피·코스닥 주식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운영한다. 정규장 종료 이후 진행되던 기존 시간외 단일가 매매는 폐지된다.

 

그동안 한국거래소에서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한 가격에 체결하는 시간외 단일가 매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규장과 같은 접속매매 방식이 적용돼 투자자가 낸 주문이 조건에 맞으면 즉시 체결된다. 저녁 시간에도 보다 빠른 매매 대응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거래 대상도 크게 넓어진다. 현재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애프터마켓에서는 약 600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지만,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에서는 투자경고 종목이나 정리매매 종목 등 일부 관리 대상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 대부분이 거래된다. 국내 양대 시장 상장 종목이 2700개를 넘는 만큼 투자자 선택 폭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ETF와 ETN은 이번 애프터마켓 거래 대상에서 빠진다. 장 마감 이후 기초자산 가격 변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어렵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문 방식에도 제한이 있다. 애프터마켓에서는 지정가, 최우선지정가, 최유리지정가 주문만 가능하다. 시장가 주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정규장보다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에 시장가 주문이 들어올 경우 예상보다 불리한 가격에 체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이번 조치는 장 마감 이후 발생하는 국내외 이슈를 보다 빨리 주가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해외 증시 흐름이나 기업 공시, 국제 정세 변화 등이 정규장 이후 나왔을 때 투자자들이 다음 날 개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국 시간대에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어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느끼는 변화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넥스트레이드가 오후 3시 40분부터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정규장 밖 실시간 거래에 익숙해진 상태다.

 

이번 개장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의 저녁 시장 경쟁이다. 넥스트레이드는 낮은 거래 수수료와 장전 프리마켓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거래 가능 종목 수와 기존 시장 인프라를 앞세울 수 있다.

 

특히 넥스트레이드는 대체거래소 특성상 거래량 한도 규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일부 종목의 거래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은 이런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저녁 시간대에 거래하고 싶어도 대상 종목이 아니어서 매매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한국거래소로 유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 참여도 비교적 활발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약 50개 증권회원 가운데 38개사가 애프터마켓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 증권사의 시장 점유율은 95%를 넘는다. 투자자가 별도로 거래 시장을 지정하지 않으면 증권사는 최선집행기준에 따라 체결 가능성과 비용 등을 고려해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보낸다.

 

다만 애프터마켓이 열린다고 전체 거래대금이 곧바로 크게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기관투자자의 저녁 거래 수요는 아직 크지 않고, 개인투자자도 정규장에서 대부분 거래를 마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는 애프터마켓이 평소 거래를 대체하기보다 장 마감 뒤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보조 시장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애프터마켓 도입을 시작으로 거래시간 확대를 단계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향후 프리마켓 도입과 24시간에 가까운 거래 체계 구축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 환경은 더 크게 바뀔 수 있다. 저녁 주식시장을 둘러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경쟁도 이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