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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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부른 칼바람, 휴스턴 프런트 수장 교체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단 한 경기의 역전패를 기점으로 구단 전체를 뒤흔드는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단행했다. 휴스턴 구단은 25일 데이나 브라운 단장과의 결별을 공식 발표하며 프런트 수장의 경질을 알렸다. 겉으로는 상호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 형식을 취했으나, 실상은 짐 크레인 구단주의 전격적인 해고 통보에 따른 조치다. 전날 밤 해임 소식을 접한 브라운 단장은 발표 당일 곧바로 짐을 싸 구단을 떠난 것으로 확인되며 사태의 긴박함을 보여주었다.

 

구단주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한 결정적 계기는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당한 6점 차 역전패였다. 당시 휴스턴은 경기 초반 6대 0으로 크게 앞서며 승기를 잡은 듯했으나, 단 한 이닝에 6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하더니 결국 6대 7로 무릎을 꿇었다. 최근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한 안방 8연전에서 2승 6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둔 데 이어, 다 잡은 승리까지 놓치자 구단 수뇌부는 더 이상의 방관은 없다는 판단하에 칼을 빼 들었다.

 


현장 사령탑인 조 에스파다 감독 역시 이번 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구단은 에스파다 감독에게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전달했다. 즉각 사퇴와 잔여 시즌 완주 중 선택권을 부여받은 에스파다 감독은 팀을 끝까지 책임지기로 했으나, 사실상 '시한부 감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단장 경질에 이어 감독에게까지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은 팀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구단주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현재 휴스턴의 성적은 65승 66패로 승률이 5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가 워낙 혼전 양상을 띠고 있어 공동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팬들 사이에서는 수준 낮은 선두 경쟁을 비하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크레인 구단주는 지금의 변화 없이는 가을 야구 진출조차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현장보다 전력 구성 총괄자에게 더 엄중히 묻는 메이저리그 특유의 문화가 이번 단장 경질로 이어졌다.

 


휴스턴은 당분간 정식 단장 없이 구단주가 직접 프런트를 진두지휘하는 비상 체제에 돌입한다. 구단의 전설적인 인물인 제프 배그웰 특별 고문과 세 명의 부단장이 실무를 보좌하며 팀을 이끌 예정이다. 정식 단장 선임은 시즌이 모두 종료된 후에나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은 구단주 직할 체제 아래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사태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한 시즌에만 무려 세 개 구단의 단장이 교체되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되었다. 에인절스와 애슬레틱스에 이어 휴스턴까지 프런트 수장을 교체하며 지구 전체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6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대가는 단장과 감독의 목숨줄을 끊어놓는 살벌한 후폭풍으로 돌아왔으며, 이제 휴스턴은 시한부 사령탑과 비상 운영진이라는 불안한 조합으로 남은 시즌을 버텨내야 한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