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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에서 잔다”…고물가에 뜬 이색 여행법


여행 비용이 갈수록 오르면서 호텔 대신 서로의 집을 빌려 쓰는 ‘홈스와프’가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행을 떠날 때 자신의 집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고 크레딧을 쌓은 뒤, 이 크레딧을 이용해 다른 도시의 집에서 머무는 방식이다. 

 

지난 4일 USA투데이에 따르면 최근 여행 물가와 숙박비가 크게 오르면서 주택 교환 플랫폼의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22년 출범한 ‘킨드레드(Kindred)’는 현재 전 세계 150개 도시에서 약 5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용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여행 등으로 집을 비우는 동안 다른 회원에게 자신의 공간을 제공하면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이 크레딧으로 원하는 도시의 숙소를 예약하는 방식이다.

 

특히 집의 크기와 상관없이 1박을 제공하면 1박을 이용할 수 있는 1대1 구조가 적용된다. 뉴욕의 작은 아파트부터 샌프란시스코의 큰 주택까지 다양한 형태의 집이 등록돼 있다.

 

크레딧을 현금으로 따로 구매할 수는 없다.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집을 제공하면서 직접 쌓아야 한다. 예약 가능한 기간은 1박부터 최대 59박까지다.

 

아무나 바로 숙소를 등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멤버십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신의 집 주소와 거실, 침실, 부엌 등의 사진을 제출하고 숙소 교환이 가능한지 확인받아야 한다.

 


실제로 집을 동시에 맞바꾸는 이용자는 많지 않다. 플랫폼에 따르면 전체 이용 건수 가운데 약 15%만 숙소를 동시에 교환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집을 먼저 제공해 크레딧을 모은 뒤 나중에 여행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측면에서는 장기간 이용할수록 장점이 커진다. 별도의 가입비는 없지만 예약 과정에서 서비스비와 청소비가 추가된다.

 

실제로 킨드레드에서 뉴욕 여행 5박을 조회한 결과 5크레딧에 서비스비 200달러, 청소비 300달러가 붙어 총 500여달러, 우리 돈 약 66만원이 청구됐다.

 

같은 기간 뉴욕 호텔을 이용한다면 평균 3000달러, 약 400만원의 숙박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숙박비만 놓고 보면 상당한 차이가 나는 셈이다.

 

현재 플랫폼에는 베를린과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 파리, 런던, 멕시코시티,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세계 여러 도시의 숙소가 등록돼 있다. 한국 숙소는 현재 등록돼 있지 않다.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이 자신의 집을 플랫폼에 등록하고 인증을 받을 경우에는 추천인을 통해 크레딧을 얻는 방법도 있다.

 

홈스와프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로는 고물가가 꼽힌다. 숙박비 부담이 커지면서 여행객들이 비용을 줄이면서 장기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 임대가 늘면서 현지 주택이 부족해지는 문제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임대업자가 주택을 많이 확보하면서 현지 주민들이 거주할 집이 부족해지고, 임대료가 오르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난 것도 홈스와프가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카산드라 젠킨스는 자신의 집을 투어 기간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고 얻은 포인트로 유럽에서 숙박비를 해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빈집으로 두기보다 다른 여행객에게 집을 빌려주고 자신도 다른 곳에서 숙박비를 아끼는 방식이다.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 현지인의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호텔이 몰려 있는 관광지 대신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거 지역에 머물면서 현지인이 자주 찾는 식당이나 상점 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여행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원하는 날짜와 도시의 집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거나 호텔처럼 다양한 편의시설과 어메니티가 마련돼 있지 않아 불편하다는 이용자들의 의견도 있다.

 

타인의 집을 직접 이용하는 만큼 안전과 보험 문제도 중요하다. 킨드레드는 회원 인증 절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대 10만달러, 약 1억3840만원 상당의 사고 보상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다만 이용자 역시 자신의 주택보험과 세입자보험이 어떤 상황까지 보장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고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홈스와프를 찾는 여행객도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아직 타인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는 것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이 남아 있는 만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