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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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표 30배 뻥튀기한 암표 재테크 들통

K-POP 아이돌 콘서트와 유명 가수 공연 티켓을 대량으로 확보한 뒤 웃돈을 붙여 팔아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 남성은 7년 넘게 암표 거래를 이어오며 수십억 원대 판매금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30대 남성 A 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7년 7개월 동안 각종 공연과 경기 티켓을 대량 예매한 뒤 되판 혐의를 받는다. 그가 확보한 티켓은 모두 8967장에 달했고, 재판매 금액은 약 24억 원으로 파악됐다.

 

A 씨가 노린 것은 수요가 몰리는 인기 티켓이었다. 유명 K-POP 그룹 콘서트를 비롯해 해외 가수 내한 공연, 트로트 가수 콘서트, 뮤지컬, 스포츠 경기 등이 대상이었다. 일부 티켓은 정가의 최대 30배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별다른 직업이 없던 A 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반 이용자보다 빠르게 티켓을 예매했다. 또 본인 계정만이 아니라 가족과 친척 명의 계정까지 활용해 티켓을 나눠 보관했다. 경찰이 확인한 계정은 모두 7개였다.

 

재판매 방식도 다양했다. 공연장 앞에서 구매자에게 입장 팔찌를 전달하거나, 예매한 티켓의 배송지를 구매자 주소로 바꿔주는 식이었다. 온라인 거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암표 판매 구조를 갖춘 셈이다.

 

A 씨는 한때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졌던 암표 거래 SNS 단체 대화방에서도 활동했다. 이곳에서 티켓 정보와 판매 방식 등을 공유받았고, 함께 움직일 사람을 찾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암표 판매를 정상적인 영업처럼 꾸미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전자상거래 업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두고, 티켓 재판매 수익을 마치 일반 온라인 판매 수익처럼 관리한 것이다.

 

범행은 지난 4월 멈췄다. 경찰이 대형 암표 조직을 적발했다는 언론 보도를 본 뒤였다. A 씨는 자신에게도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PC와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가 인공지능 서비스에 암표 수사와 관련한 내용을 질문한 사실도 확인했다. 수사 가능성과 대응 방법을 알아보려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관련 SNS 단체 대화방을 추적하던 중 A 씨의 거래 정황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후 A 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USB 등 저장매체를 확보했고, 포렌식 분석을 통해 티켓 예매 내역과 판매 자료 등을 찾아냈다.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암표 거래가 불법인지 몰랐고 세금도 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 씨가 벌어들인 24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실제 수익으로 챙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판매금의 약 3분의 2가 순수익에 가까운 범죄수익이라고 보고 있다.

 

이 돈은 부동산 매입에도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가 암표 수익으로 아파트 1채와 상가 2채를 산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경찰 검거 당시 아파트는 이미 처분된 상태였다.

 

경찰은 A 씨 명의로 남아 있는 상가 2채와 예금채권 등 총 12억 6439만 1199원을 범죄수익으로 특정했다. 해당 재산에 대해서는 재판 전 처분을 막기 위한 추징보전 조치가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암표 거래는 팬들이 정당한 가격에 공연을 볼 기회를 빼앗는 범죄”라며 “공연·스포츠 관람 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불공정 행위인 만큼 관련자들을 계속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중인 다른 피의자들도 반드시 검거하고, 범죄수익 역시 끝까지 확인해 환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