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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운행" 밤샘 협상 끝에 시동 켠 서울버스

서울 시내버스가 멈춰 설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노사가 파업 돌입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임금 협상에 합의하면서, 16일 첫차부터 모든 노선이 정상 운행됐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새벽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 회의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약 조정안에 서명했다. 합의 시각은 오전 1시 50분쯤으로, 노조가 예고한 파업 시작 시각인 오전 4시를 약 2시간 앞둔 때였다.

 

양측은 전날 오후부터 서울지노위에서 장시간 협상을 이어갔다. 회의는 12시간 가까이 계속됐고, 막판까지 입장 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중교통 대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임금 인상률이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2026년도 임금은 3.2% 오른다. 지난해 인상률 2.9%와 비교하면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다만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사는 올해 말 예정된 대법원 판단을 지켜본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그동안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을 월 176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관련 소송 판결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별도 시급 인상도 요구했다.

사측과 서울시는 다른 계산법을 제시했다. 기존 근로시간 약정 등을 고려하면 월 230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협상 과정에서는 월 209시간을 적용하는 절충안도 거론됐다. 사측은 이를 반영하면 실질 임금 인상률이 상당 수준 올라간다며, 추가 인상분까지 포함한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상임금 기준 시간을 놓고는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문제를 이번 협상에서 정리하려던 사측과 달리, 노조는 법적 판단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은 통상임금 문제를 뒤로 미루고, 우선 임금 인상률만 확정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마쳤다. 파업은 피했지만 핵심 쟁점은 남겨둔 셈이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협상 뒤 “조합원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파업을 피하는 데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큰 충돌 없이 합의에 이른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월 176시간 적용 문제는 여러 소송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사건마다 다른 쟁점도 있다”며 “일괄 적용보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보고 정리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많은 논의를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안은 노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남게 됐다”며 “파업으로 시민 발을 멈춰 세울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시간적 제약이 컸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시내버스의 공공성도 강조했다. 그는 “시내버스는 시민 생활과 직결된 공익사업”이라며 “앞으로는 충분한 협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수공익사업 지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서울시는 노사 합의 직후 파업 대비 비상수송대책을 해제했다. 지하철 증편이나 전세버스 투입 등 비상 운송 대책은 가동되지 않는다.

 

이번 협상 타결로 출근길 교통 혼란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통상임금 산정 기준이라는 핵심 쟁점이 남아 있어, 대법원 판결 이후 노사 간 추가 협상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