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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엽 감독 시절 무단이탈…법원 판단 나왔다


법원이 방송인 현주엽 씨가 휘문고 농구 감독으로 일할 당시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사실을 인정하고 교육청의 징계 요구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휘문고 운동부에 내려진 선수 전입 제한과 특별훈련비 지원 제외 등의 제재는 학교와 학생, 학부모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17일 휘문고 재단 휘문의숙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감사 결과 처분 요구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2024년 초 휘문고의 한 학부모가 현씨의 방송활동을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현씨가 이른바 ‘먹방’ 촬영 등 방송 일정으로 인해 농구 감독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탄원서가 교육청에 제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휘문고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고, 같은 해 7월 감사 결과를 학교에 통보했다. 교육청은 현씨에 대한 감봉을 비롯해 교장 정직, 교감·교사·행정실장 견책 등의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 과정에서는 현씨의 근무지 이탈 외에도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휘문고가 코치 인건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한 점과 선수 관리에 소홀했던 점, 계약 업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은 점 등이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재판부는 현씨에 대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현씨가 방송 촬영 등 겸직 활동을 할 경우 지각이나 조퇴, 외출 또는 연차를 사용해야 했지만, 이를 위한 사전 허가 없이 모두 18차례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가 농구 운동부 지도자로서 본래 맡은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봤다.

 

현씨의 방송활동 기간 중 코치 업무를 대신할 사람을 고용한 과정에서도 문제가 인정됐다. 휘문고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현씨가 방송활동을 하는 동안 코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을 적절한 채용 절차와 보수 지급 없이 고용한 것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이 역시 관련 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학교의 선수 관리 역시 재판에서 지적됐다. 휘문고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교육과 훈련 일지 작성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도 재판부가 인정한 감사 사유에 포함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육청이 휘문고 운동부에 내린 행정·재정적 제재까지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제가 확인됐더라도 학교와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제재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청은 당시 휘문고 운동부에 1년 동안 체육특기자의 신규 전입을 제한하고, 10일을 초과하는 전지훈련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또 1년 동안 동계·하계 특별훈련비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1년간 신규 선수의 전입을 막으면 운동부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그 영향이 현재 학교에 다니는 선수들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훈련 역시 허용된 기간만으로는 충분한 훈련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결국 현씨의 근무지 무단이탈과 학교의 일부 운영상 문제에 대한 징계 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운동부 전체에 장기간 영향을 주는 제재는 별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운동부 운영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여러 처분을 한꺼번에 내릴 경우, 이를 통해 얻는 공익보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입는 불이익이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징계 요구에 대해서도 취소 결정을 내렸다. 휘문고가 조형물 제작·설치 계약과 급식실 물품 계약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사유와 관련해 일부 징계 사유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고, 이에 따라 학교 관계자 2명에 대한 징계 요구를 취소했다.

 

앞서 2024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은 휘문의숙이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에서도 일부 인용과 일부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도 현 감독에 대한 징계 처분의 효력은 유지했지만, 휘문고에 내려진 선수 전입 제한과 특별훈련비 지원 제외 등의 처분은 효력을 정지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현씨의 감독 재직 당시 근무지 무단이탈과 관련한 징계 사유는 법원에서 인정됐지만, 학교 운동부 전체에 적용된 일부 행정·재정적 제재는 취소될 수 있게 됐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