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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코앞인데…후티, 사우디 또 공격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주요 석유 시설과 공군기지 등을 대규모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측도 일부 시설 운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야흐야 사리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우디를 상대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사리 대변인은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의 핵심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이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곳은 아람코의 아브하와 지잔 정유시설, 나즈란과 카미스무샤이트 공군기지 등 주요 경제·군사 시설이다.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이 사우디의 예멘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사리 대변인은 최근 3일 동안 사우디가 예멘을 120회 이상 공격했다며 이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지난 72시간 동안 예멘의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121차례 공습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와 여성 등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 후티 측 주장이다.

 


실제 예멘 보건인구부에 따르면 알자우프주 알하즘의 중앙교도소가 사우디 연합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수감자 6명과 면회를 온 어린이 1명 등 7명이 숨졌고, 여성 방문객을 포함한 7명이 다쳤다고 예멘 측은 밝혔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공격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한 확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전면적인 확전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또 사우디의 공격이 중단되고 예멘에 대한 봉쇄가 풀릴 때까지 ‘포위에는 포위’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사우디 본토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우디 측도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일부 시설의 운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전문 대응팀이 화재를 진압하고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연합군 합동사령부는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인과 경제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위협의 근원에 대응하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최근 수년간 후티 반군이 사우디 본토를 대상으로 벌인 공격 가운데서도 상당한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공격이 사우디 남부 주요 4개 도시의 시설을 겨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동안 비교적 잠잠했던 예멘 분쟁이 다시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으며, 중동에 또 다른 전선이 생길 위험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충돌은 2022년 휴전 이후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 사우디와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대체 석유 수출로로 꼽히는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 7월 사우디 항구를 대상으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이후 홍해를 오가는 선박과 사우디를 향한 공격을 재개했다. 사우디 역시 예멘 내 후티 반군 세력을 겨냥한 공습에 나서면서 양측의 교전이 확대됐다.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충돌은 국제유가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가 석유 시설 피해를 발표한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크게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8.7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WTI 가격은 배럴당 94.12달러를 나타냈다.

 

사우디의 핵심 석유 시설이 추가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가까워진 가운데, 중동 지역의 충돌 확대가 석유 공급과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