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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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보다 가성비? 2030 ‘혼놀’에 빠졌다

 고물가와 관계 피로가 겹치면서 2030세대의 여가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혼자 노는 일이 더 이상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택하는 차선책이 아니라, 비용과 취향, 시간까지 스스로 조율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최근 ‘3만원으로 덕수궁 6시간 혼놀 코스’, ‘나혼자 서촌’처럼 혼자 즐길 수 있는 동선과 장소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쉽게 눈에 띈다. 특정 지역에서 혼자 몇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큐레이션하는 계정도 등장했다. 혼놀은 이제 식사나 영화 감상에 그치지 않고, 하루 여가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2030의 혼놀 관심은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혼놀’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38% 증가했다. 긍정 언급 비중은 67%로, 부정 언급 27.1%를 크게 웃돌았다. 관련 긍정 키워드로는 ‘좋다’, ‘재밌다’, ‘맛있다’ 등이 꼽혔다.

 

혼놀 확산의 배경에는 고물가로 인한 인간관계 비용 부담이 있다. 친구와 물가상승을 합친 ‘프렌드플레이션’이라는 말처럼, 만남 자체가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6월 Z세대 601명, M세대 5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Z세대 10명 중 9명은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 비용을 부담스럽게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Z세대는 93%, M세대는 90.1%였다.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와의 약속을 줄였다는 응답도 83.9%에 달했다.

 

다만 2030은 여가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대신 혼자 즐기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다. 친구와 일정을 맞추고 비용을 나누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예산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다.

 

친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도 약해지고 있다. 트렌드모니터의 ‘2026 친구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친구가 없어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2023년 42.2%에서 2026년 46.9%로 올랐다. 혼밥이나 혼자 보내는 여가가 더 이상 특별하거나 낯선 행동으로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다.

혼놀의 범위도 넓어졌다. 2030에게 혼밥과 혼영은 이미 익숙한 문화다. 최근에는 혼자 방탈출을 하거나, 락페스티벌에 가는 사례도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함께할 사람이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인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20대 직장인 A씨는 연차를 쓰고 혼자 락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그는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페스티벌을 포기하기엔 아쉬웠다”며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았고,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동무하고 떼창하며 즐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혼놀 문화를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한다. 한편으로는 개인이 자기 취향과 시간을 주체적으로 설계하는 긍정적 변화다. 반면 사회적 관계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이 커진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놀 문화 확산은 존재론적 관점에서 개인이 주체적인 삶을 꾸리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다”면서도 “사회적 신뢰 지수가 낮아지면서 사회에서 맺은 관계를 소홀히 하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