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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210만 명, 통신비 감면 놓쳤다

 통신비 감면 제도가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대상자 상당수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감면 대상자 5명 중 1명은 통신요금 감면을 적용받지 못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통신비 감면 대상자는 1067만4877명이다. 이 가운데 실제 감면을 받은 인원은 857만4247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210만630명은 제도상 지원 대상에 포함됐지만 감면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미수혜 규모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반기 기준 통신비 감면 미수혜자는 2022년 180만명에서 2023년 186만명, 2024년 201만명, 2025년 204만명으로 늘었고 올해 210만명을 넘어섰다. 통신비 감면 대상자도 같은 기간 942만3529명에서 1067만4877명으로 증가했다. 지원 대상이 늘어나는 만큼 제도 사각지대도 함께 커지는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통신비 감면액은 7117억600만원이었다. 실제 감면을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평균 감면액은 상반기 8만3005원, 월평균 1만3834원이다. 이를 감면을 받지 못한 210만630명에게 단순 적용하면, 올해 상반기에 놓친 감면 혜택은 약 1743억원으로 추산된다.

 

현행 제도의 가장 큰 한계로는 ‘신청주의’가 꼽힌다.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층 등은 관련 법에 따라 통신요금 감면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혜택은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당사자가 통신사 대리점이나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인터넷·고객센터 등을 통해 직접 신청해야 한다.

 

이 방식은 행정적으로는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취약계층에게는 높은 문턱이 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장애인 가운데는 자신이 감면 대상인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고, 온라인 신청이나 고객센터 이용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제도가 있어도 정보를 접하지 못하거나 절차를 넘지 못하면 혜택은 사라진다.

통신요금은 이제 선택 지출이라기보다 생활 필수비에 가깝다. 금융거래, 병원 예약, 공공서비스 이용, 가족 연락까지 대부분의 일상이 휴대전화와 연결돼 있다. 월 1만3000원 안팎의 감면액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소득이 낮거나 고정 지출 부담이 큰 가구에는 체감 효과가 작지 않다.

 

황정아 의원은 현행 방식만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사각지대를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신요금 감면 대상임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매년 200만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며 “장애인이나 고령층에게 직접 신청을 요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자격 확인이 가능한 복지 대상자에 대해서는 본인 동의를 전제로 감면을 자동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대상자를 알고 있으면서도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혜택이 빠지는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통신비 감면 제도가 실질적인 복지로 작동하려면, 대상자를 늘리는 것보다 대상자에게 실제로 도달하게 만드는 행정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