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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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밖으로 나온 합창…춘천 곳곳이 무대 된다


합창이 공연장을 벗어나 춘천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온세대합창페스티벌’이 광장과 공원 등 도시 곳곳을 무대로 삼아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지난 12일 막을 올린 이번 축제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주제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다. 춘천시청 광장을 시작으로 우두공원, 약사천문화공원, 의암공원, KT&G 상상마당 춘천 등에서 다양한 합창 공연이 펼쳐진다.

 

 

 

최상윤 예술감독과 이매랑 축제감독은 올해 축제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무대의 확장을 꼽았다. 기존처럼 특정 공연장을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평소에도 찾는 광장과 공원을 공연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이매랑 축제감독은 합창을 통해 도시 안에서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생활 공간 자체를 축제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공연을 보기 위해 별도로 공연장을 찾는 시민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공원과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합창을 접할 수 있도록 축제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음악적인 변화도 시도했다. 최상윤 예술감독은 합창을 단순히 여러 사람이 같은 노래를 부르는 장르가 아니라 노래에 담긴 메시지와 감정을 함께 전달하는 장르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합창단이 ‘기쁨·그리움·희망·사랑’이라는 네 가지 감정을 중심으로 곡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 같은 방향은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는 ‘보이스 위크(Voice Week)’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간마다 주제를 달리해 각 합창단이 준비한 무대를 선보이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시민들과 함께 연합 합창곡을 부르는 시간도 마련했다. 합창단의 공연을 일방적으로 관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노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른 공연 장르와 합창을 결합한 무대도 확대했다. 마임과 인형극, 무용, 연극 등을 합창과 함께 선보이며 음악뿐 아니라 움직임과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공연을 구성했다.

 

지난 12일 춘천인형극제와 함께 진행한 공동 개막식에서는 합창단이 인형을 들고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공연을 펼쳤다. 합창과 인형극을 결합해 기존 합창 공연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최 예술감독은 합창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콘텐츠를 넘어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무대와 관객에게 새로운 문화적 효과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10주년을 맞았지만 축제 규모를 키우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유명 출연진을 새롭게 초청하기보다는 기존 참가자들이 더 많은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실었다.

 


이 감독은 온세대합창페스티벌이 커뮤니티형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며 기존 합창단의 공연 기회를 확대해 시민들과 더 많이 호흡하는 데 방향을 맞췄다고 밝혔다. 최 예술감독 역시 이번 공연이 지난 10년 동안 참가자들이 함께 만들어온 결과물에 집중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의 기록을 돌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와 모든 참가자가 함께하는 피날레 공연도 마련했다. 축제의 마지막 무대는 19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리는 ‘온세대 그랜드 콰이어’가 장식한다.

 

피날레에서는 연합 합창과 멘토콰이어 공연을 비롯해 춘천시립청소년합창단과 춘천시립합창단의 특별 공연이 이어진다. 이후 축제 참가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10주년 행사를 마무리한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