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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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또 돈 보낼까”…치매 남편 사기당하자 이혼 결심한 아내


치매 남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속아 지속적으로 돈을 보내자,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혼을 결심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는 남편의 판단 능력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면 이혼이 가능하며,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지난 22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남편과 이혼을 고민하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에 따르면 남편은 젊은 시절 다정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버지로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 하지만 퇴직 후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하던 중 경증 치매 진단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남편은 이전보다 판단력이 떨어졌고,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SNS를 시작했다. 이후 SNS에서 알게 된 낯선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방식의 접근을 받은 뒤 이른바 ‘로맨스 스캠’에 빠졌다. 로맨스 스캠은 상대방에게 연인처럼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돈을 받아내는 사기 수법이다.

 

남편은 상대방에게 계속해서 큰돈을 송금했다. A씨는 남편에게 사기라는 사실을 설명했지만 남편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녀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보던 A씨는 결국 더 큰 재산 손실을 막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

 


A씨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남편이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혼과 재산분할을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김지연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남편의 치매가 경미해 의사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가 아니라면 협의이혼과 재판이혼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편이 로맨스 스캠에 빠져 지속적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면 법적으로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민법상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어 배우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재판을 통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법도 제시했다. A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산보전처분을 신청하거나, 남편의 경증 치매 상태에 따라 ‘한정후견’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한정후견이 개시되면 법이 정한 범위에서 후견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 일부 재산 처분 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 이혼소송 과정에서는 재산보전처분을 통해 남편의 계좌를 가압류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이미 남편이 사기범에게 보낸 돈은 재산분할 과정에서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사다. 김 변호사는 이 부분 역시 A씨에게 반드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남편이 의사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니더라도 이번 사례처럼 남편의 사정으로 공동재산이 감소한 경우 법원이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 A씨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사라진 재산 역시 남편이 받은 것으로 간주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A씨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씨가 이혼을 선택할 경우 단순히 혼인관계를 끝내는 것뿐 아니라 남편의 추가적인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한 조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남편의 치매 정도와 의사능력, 송금된 재산의 규모와 경위 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남편이 계속해서 사기범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면 이혼소송과 함께 재산보전처분이나 후견 제도 등을 검토해 추가적인 재산 손실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