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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시던 이 음료, 고혈압약엔 독?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약을 먹는 시간뿐 아니라 평소 어떤 음료를 마시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몽주스나 술, 카페인이 많은 음료 등은 일부 혈압약의 흡수와 분해 과정에 영향을 주거나 약의 작용을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음료 자체의 성분이 혈압을 높여 약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음료 중 하나는 자몽주스다. 자몽주스에는 일부 혈압약의 분해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인 ‘CYP3A4’의 작용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 효소의 활동이 줄어들면 약물이 몸에서 천천히 분해되면서 혈액 속 약물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 결과 약효가 지나치게 강해져 혈압이 너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템플대 의대 사브리나 이슬람 교수는 건강 매체 ‘헬스’를 통해 자몽주스를 많이 마실 경우 일부 혈압약의 혈중 농도가 높아져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렌지주스나 사과주스 역시 일부 혈압약의 흡수나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모든 혈압약이 같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며, 어떤 성분의 약을 복용하는지에 따라 상호작용 여부가 달라진다.

 

술도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은 일부 칼슘통로차단제나 알파차단제, 베타차단제 등이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나 실신이 나타날 수 있고, 심박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술 자체가 혈압을 높여 약의 효과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장내과 데이비드 마론 교수는 남성의 경우 하루 두 잔, 여성은 하루 한 잔을 넘는 음주만으로도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와 에너지음료처럼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도 살펴봐야 한다. 카페인은 일부 베타차단제나 이뇨제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론 교수는 하루 카페인 섭취량을 400mg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커피 약 세 잔에 해당하지만, 실제 카페인 함량은 커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차이가 크다.

 

특히 에너지음료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커피를 마시지 않더라도 에너지음료를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카페인 섭취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기 쉬운 채소주스도 제품에 따라 확인이 필요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채소주스 가운데는 나트륨 함량이 높은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몸에 수분이 쌓이고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이뇨제나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등을 복용하는 경우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혈압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몸이 붓거나 혈압 수치가 높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채소주스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만 주의해야 할 음료와 섭취량은 복용하는 혈압약의 종류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음료가 현재 복용 중인 약과 문제가 되는지 걱정된다면 스스로 약을 끊거나 음료를 무조건 제한하기보다는 의사나 약사에게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