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사회/복지

“95일 만에 문 열렸다”…올림픽공원 현장은 아수라장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대한 출입 통제가 이어진 가운데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단체 직원들이 95일 만에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시위대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대규모 경력을 배치했고, 체육단체 직원들은 그동안 경기장 안에 보관돼 있던 컴퓨터와 서류 등 업무 물품을 반출했다. 

 

8일 오전 9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3번 게이트 앞에는 경찰 기동대원들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었다. 대한핸드볼협회와 대한펜싱협회 등 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9개 회원종목단체 관계자들은 경찰이 확보한 통로를 이용해 차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경기장에 들어간 것은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시위대의 봉쇄로 출입이 제한된 지 95일 만이었다.

 

체육단체 직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통제선 밖에 있던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즉각 항의했다. “문을 왜 여느냐”, “주권이 우선 아니냐”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면서 반출되는 물품을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생중계하던 한 유튜버 역시 “나올 때 가져오는 물품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2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50명, 형사 100명을 투입했다.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이 현장을 총괄했고, 기동본부장과 송파경찰서장도 현장에서 지휘했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이 들어가기 전에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등이 먼저 경기장 내부로 진입했다. 이들은 투표지 보관 장소 등에 대한 안전 조치를 진행했다.

 


이후 체육단체 직원들은 각 단체 이름이 적힌 플라스틱 상자를 들고 사무실로 이동했다. 직원들은 컴퓨터와 노트북을 비롯해 업무 서류와 유니폼 등 필요한 물품을 상자에 담았다.

 

투표함과 투표용지 등 선거 관련 물품이 보관된 공간에는 주황색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특검과 선관위, 경찰 관계자들은 해당 공간의 출입을 통제했다. 체육단체 직원들이 이동하는 동선도 선거 관련 물품이 있는 공간과 분리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부정선거”, “재선거” 등을 반복해서 외쳤다. 한 참가자는 “우리가 사무실을 뒤지겠다는 것도 아니고 선거와 관련된 물품이 있는지만 확인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현장을 찾아 상황을 살폈다. 장 대표는 체육단체가 반출하는 물품과 투표함 보관 상태 등을 확인했다.

 

장 대표는 관계자들에게 보관 장소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지, 영상은 얼마나 보관되는지, 지난 6월 이후 내부에 출입한 사람이 있었는지 등을 물었다. 관계자들은 대한체육회가 설치한 CCTV가 있으며 외부에서도 출입구를 촬영해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물품 반출이 끝난 뒤 김대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핸드볼경기장에 15개 종목단체가 입주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행정장비와 서류, 선수 장비 등이 경기장 안에 묶여 있어 단체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사무총장은 장비와 서류를 꺼낸 만큼 선수단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함세희 대한수중핀수영협회 사무처장은 반출 물품에 대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인감, 업무 서류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 반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한 물품을 100% 가져왔다고 할 수는 없다”며 “오늘이라도 자료를 반출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정상화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물품 반출과 현장 브리핑은 오전 10시50분께 마무리됐다. 이후 일부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욕설을 주고받는 언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발생했고, 한 유튜버가 신체 접촉을 문제 삼아 고소하겠다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석 달 넘게 시위가 이어지면서 인근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핸드볼경기장 인근 수영장을 약 1년 동안 이용했다는 70대 중반 김모씨는 “솔직히 이제는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시위가 길어지다 보니 주말에는 이쪽 근처로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앞서 지난 6월 세 차례 경기장에 들어가려 했지만 시위 참가자들의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 이후 7월 2일에는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경찰 지원을 받아 경기장 내부를 확인했다.

 

이날 선관위는 체육단체의 물품 반출과 별도로 경기장에 보관된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옮기거나 재검표하는 등의 조치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