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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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육영수 왜곡 영화에 '격분'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문화계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해당 영화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한 "패륜적 범죄"라며 강력한 법적 처벌과 처분까지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화 '암살자(들)'이 사건의 본질과 배후를 완전히 왜곡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주 의원은 "해당 영화는 육영수 여사님을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마치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사실을 뒤바꿨다"며 "이는 천인공노할 짓이자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고 성토했다.

특히 영화 측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명목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주 의원은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식의 영화가 나온다면, 과연 그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직설적인 비유를 들어 강하게 반문했다. 예술적 상상력이라는 미명 아래 명백한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고 정치적 의도로 왜곡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 의원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도발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하며 역사적 진실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과거 북한 김정일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려는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희생된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한 바 있다"며 "이는 북한 스스로 자신들의 소행임을 명백히 자백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박정희 배후설'을 부각한 것은 북한의 테러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주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과 자녀들이 육영수 여사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오열하던 모습을 국민들은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이번 영화는 명백히 사자(死者)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며,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정당화될 수 없는 만큼 당국의 엄정한 처벌과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번 주 의원의 강경한 발언을 계기로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의 창작 범주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사자 명예훼손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과 문화계의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