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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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서 ‘글쓰기 밤’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바라보는 경험이 글쓰기로 이어진다. 유물 앞에서 느낀 생각을 혼자 간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장으로 옮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성인 대상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0월 14일과 21일, 28일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박물관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프로그램은 박물관 상설전시실과 교육관에서 진행되며,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박물관에서 글쓰기’는 문화유산 감상과 글쓰기 수업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박물관 전시 공간에서 유물을 직접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 이후 다른 참가자들과 글을 공유하고 서로의 시선을 나누는 합평 시간도 갖는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전시 해설이나 글쓰기 강좌를 넘어, 유물을 매개로 각자의 경험과 감각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같은 문화유산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기억과 해석은 다르다. 프로그램은 이러한 차이를 글로 표현하고 함께 읽는 과정을 통해 박물관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수요일 야간 개장 시간에 진행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참가자들은 저녁 시간대 박물관 상설전시실을 둘러보며 전시 담당자의 설명을 듣는다. 낮 시간과는 다른 분위기의 전시실에서 문화유산을 감상한 뒤, 교육관으로 이동해 감상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써보는 방식이다.

 

글쓰기 지도는 김혼비 작가가 맡는다. 김 작가는 산문집 ‘다정소감’, ‘아무튼, 술’, 여행 에세이 ‘전국축제자랑’ 등을 펴낸 작가로, 일상의 장면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유머와 감각이 살아 있는 문장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이 유물 감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동안 문학 분야 작가들과 함께 박물관 감상 경험을 글쓰기와 연결하는 교육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이훤 작가가, 올해 상반기에는 김금희 작가가 참여했다. 하반기 프로그램에 김혼비 작가가 합류하면서 참가자들은 또 다른 방식의 글쓰기 접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가자들은 세 차례의 수업을 통해 전시 감상, 대화, 글쓰기, 합평 과정을 단계적으로 경험한다. 먼저 전시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문화유산의 역사적 배경과 전시 맥락을 이해하고, 이어 다른 참여자들과 감상을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이후 김혼비 작가의 안내에 따라 감상을 글로 발전시키고, 완성된 글을 함께 읽으며 의견을 주고받는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이 문화유산을 보다 능동적으로 감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물은 과거의 물건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경험과 언어를 통해 현재의 이야기로 다시 읽힐 수 있다. 글쓰기는 그 과정을 구체화하는 방법이다.

 

참가 신청은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플랫폼 ‘모두’에서 할 수 있다. 모집 인원은 15명이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선발 절차를 거쳐 최종 참가자가 확정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유산에 관심이 있거나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성인에게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박물관 전시실에서 시작된 감상이 한 편의 글이 되고, 그 글이 다시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만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