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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술자리 뒤 가슴 쿵쾅…숙취 아닐 수도


추석 연휴에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는 일이 많아 평소보다 과음하기 쉽다. 술을 마신 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숙취나 피로가 아니라 급성 부정맥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은 21일 주말이나 명절처럼 짧은 기간에 과도하게 술을 마신 뒤 부정맥이 발생하는 현상을 ‘휴일심장증후군(Holiday Heart Syndrome)’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심장질환이 없던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현상은 1978년 미국심장학회지에 처음 보고된 이후 폭음과 부정맥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폭음이 부정맥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뮌헨대학교 연구팀이 옥토버페스트 참가자 3028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심전도와 음주량을 분석한 결과, 30.5%에서 심방세동을 포함한 부정맥이 관찰됐다.

 

2025년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발표된 문헌고찰에서는 2시간 안에 술 5잔 이상을 마시면 급성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2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6잔 이상을 마실 경우에는 부정맥 위험이 최대 2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음주 실태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33.7%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폭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주일에 2회 이상 폭음하는 고위험 음주율도 12%에 달했다.

 

긴 연휴 뒤 심혈관계 이상이 늘어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국내 분석 결과도 있다. 최근 국내 의료진이 병원 밖 심정지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휴일이 끝난 뒤 첫 평일에는 하루 평균 88건의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는 일반 평일의 하루 평균 80건보다 약 9% 많은 수치다. 연휴가 2~4일 이상 이어진 경우에는 심정지 발생 위험이 최대 1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폭음이 부정맥을 일으키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미국심장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과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는 부교감신경의 작용을 억제하고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의 전기적 안정성이 떨어져 정상적인 심장 박동이 흐트러질 수 있다.

 

술의 이뇨 작용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과음하면 소변량이 늘면서 정상적인 심장 박동에 필요한 칼륨과 마그네슘이 몸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또 심장 근육의 칼슘 채널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고, 급성 알코올 노출로 좌심방의 수축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부정맥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연휴 중 나타나는 이상 증상을 과식이나 피로, 숙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 쉽다는 점이다. 술을 마신 뒤 가슴이 심하게 뛰거나 맥박이 불규칙하게 느껴지고 답답함이나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주의해야 한다.

 

특히 명치 부근이 쥐어짜거나 짓누르는 것처럼 아프거나 압박감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심혈관질환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통증이 왼쪽 팔이나 턱, 치아 쪽으로 퍼지거나 호흡곤란과 식은땀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자신의 맥박을 직접 확인하거나 스마트워치의 심전도 기능을 활용해 심장 박동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손목에서 10초 동안 맥박을 센 뒤 6을 곱하면 1분 동안의 맥박수를 계산할 수 있다. 맥박 간격이 일정하지 않거나 안정된 상태에서 분당 60~100회를 크게 벗어난다면 부정맥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주원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스마트워치가 발전하면서 기기에 탑재된 심전도 기록 기능을 활용해 심장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가 확인만으로 이상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증상이 계속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두근거림이 단순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폭음을 했다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증상이 10분 이상 지속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연휴 기간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 의료기관을 찾아야 할 경우에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포털 ‘E-Gen’이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과 응급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또는 129 보건복지콜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