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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HD현대중공업 노사가 마련한 올해 임금·단체협약 첫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등이 제시됐지만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서 노사는 다시 협상에 나서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전체 조합원 81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찬성은 47.58%, 반대는 52.14%로 집계됐다. 찬성표가 과반에 미치지 못하면서 잠정합의안은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이번에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에는 월 기본급을 12만원 정액으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5만원은 호봉승급분이다. 기본급 인상분에 호봉승급분을 포함해 월 12만원의 고정급을 올리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기본급 인상 외에도 일시금과 성과급 지급 방안이 포함됐다. 노사는 1100만원과 200%를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여기에 별도의 성과급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요구했던 성과급 배분 방식은 합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노조는 회사의 영업이익 가운데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조합원들은 첫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 의견을 더 많이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고정급 인상 규모 등을 놓고 조합원들의 기대 수준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 것이 부결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기본급은 매달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조합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임금 인상 수준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노조가 요구해 온 영업이익 연계 성과급 배분안이 빠진 점도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을 다시 이어가게 됐다. 노조의 찬반투표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기존 합의안을 토대로 추가 협상을 진행하거나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은 최근에도 조합원 투표에서 한 차례에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됐다. 원문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첫 번째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올해 역시 첫 잠정합의안이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노사는 다시 임금과 성과급 등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특히 기본급 인상 폭과 성과급 규모 및 지급 방식 등을 두고 노사가 어느 수준에서 접점을 찾을지가 향후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표에서 반대가 52.14%로 찬성보다 4.56%포인트 높게 나타난 만큼, 다음 협상에서는 조합원들의 요구 수준을 얼마나 반영할지가 중요해졌다. 노사 간 추가 협상을 통해 새로운 잠정합의안이 마련될 경우 다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타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