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생활문화

춘천·원주·강릉 곳곳서 가을 공연 90여개 만난다

 올가을 강원 전역이 하나의 공연 무대로 꾸며진다. 음악과 전통예술, 무용, 연극 등 여러 장르의 공연 90여 개가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도내 곳곳에서 관객을 맞는다.

 

강원문화재단은 강원지역 공연 정보를 한데 모아 소개하는 ‘강원특별자치도는 공연중’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도민과 관광객이 가까운 지역 공연장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공연 일정과 장소, 장르별 정보를 통합해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공연중’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6 대한민국은 공연중’과 연계해 진행된다. 전국 단위 공연 활성화 흐름에 맞춰 강원에서도 지역 공연예술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관객과 예술 현장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취지다.

 

이번 기간에는 춘천, 원주, 강릉을 비롯한 도내 여러 시군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클래식과 대중음악 공연은 물론 전통예술, 무용, 연극 등 세대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폭넓게 마련된다. 대형 공연장 중심의 무대뿐 아니라 지역 생활권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도 포함돼 있어, 먼 곳을 찾지 않아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재단은 관람객 편의를 위해 캠페인 안내 책자를 제작했다. 책자에는 공연별 일정, 장소, 주요 내용 등이 담겼으며 강원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객들은 책자를 참고해 원하는 지역이나 장르의 공연을 고르고,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가을 나들이 일정처럼 공연 관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온라인 참여 이벤트도 함께 열린다. 강원문화재단은 오는 31일까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람 희망 공연 이벤트’를 진행한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안내 책자에서 보고 싶은 공연을 고른 뒤, 재단 인스타그램 이벤트 게시물에 댓글로 남기면 된다. 재단은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카페 이용권을 제공한다.

이번 캠페인은 공연장을 찾는 관객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지역 예술단체와 공연장에는 더 많은 관객을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가을 관광철과 맞물려 강원을 찾는 방문객에게도 지역 문화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문화재단 신현상 대표이사는 “올가을 도내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며 “가까운 공연장을 직접 찾아 강원에서 펼쳐지는 여러 공연을 즐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문화재단은 앞으로도 도내 공연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역 예술과 관객을 연결하는 다양한 홍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공연장 문턱을 낮추고 생활 속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