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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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간 육군 헬기…추적망도 놓쳤다

지난 3월 경기 연천 일대 산불 진화에 투입됐던 육군 헬기가 비무장지대, DMZ 안으로 들어간 사고는 단순 조종 실수만이 아니라 군의 공중 감시·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실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육군 5군단 소속 헬기 1대는 지난 3월 23일 1군단 책임 지역인 경기 연천에서 산불 진화 임무를 수행하던 중 DMZ 내부로 진입했다. 해당 헬기는 약 7분 동안 DMZ 안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DMZ는 군사분계선, MDL을 기준으로 남북 각각 2km씩 설정된 군사 완충지대다. 군 항공기의 진입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헬기의 DMZ 진입은 북한군의 오인 대응이나 대공 사격 등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헬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있었음에도 관련 부대들이 이를 제때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육군은 헬기 위치 추적 시스템인 HAPS를 운용하고 있지만, 사고 당시 1군단과 5군단, 지상작전사령부, 육군 항공사령부 등 어느 곳에서도 헬기의 DMZ 진입을 즉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 헬기 조종사는 당초 배정된 산불 현장이 이미 진화된 상태라고 판단한 뒤, 육안으로 확인한 인근 산불을 끄기 위해 이동하다 DMZ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부대인 1군단은 해당 헬기를 산불 진화에 나선 민간 헬기로 착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헬기 소속 부대인 5군단과 상급 지휘부 역시 위치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육군은 자체 감시망이 아니라 공군 중앙방공통제소, MCRC의 통보를 받고서야 헬기가 DMZ에 들어간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은 레이더를 통해 대공 감시를 하던 중 해당 항적을 확인하고 육군 측에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육군본부는 이달 초 지상작전사령부에 ‘주의’ 처분을, 육군 항공사령부에는 ‘통보’ 처분을 내렸다. 앞서 헬기 추적과 통제의 직접 책임이 있었던 1군단과 5군단은 지난 7월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는 합참 조사 이후 육군에 기관 처분이 요구된 데 따른 조치다.

강선영 의원은 “아군 항공기의 무단 월선조차 식별하지 못한 것은 공중 경계 작전의 실패”라며 “군은 이번 사안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감시·통제 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가 전방 부대의 경계 태세와 지휘 통제 시스템 전반에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군사적 긴장이 언제든 높아질 수 있는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항공 전력 운용 과정의 위치 확인 절차와 부대 간 상황 공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