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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쏘임 뒤 혈관까지 막혔다…61세 남성 사망


튀르키예에서 벌에 여러 차례 쏘인 61세 남성이 심한 알레르기 반응에 이어 다리로 향하는 큰 혈관까지 막히면서 숨진 사례가 보고됐다. 의료진은 알레르기 반응과 함께 발생한 혈관 수축과 혈전 형성이 급성 혈관 폐색과 심장 손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BMC Cardiovascular Disorders’에는 튀르키예 오르두대 교육연구병원 의료진이 보고한 이 사례가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남성은 지난 4월 29일 몸의 세 군데를 벌에 쏘인 뒤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했다. 어떤 종류의 벌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환자는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었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과거 관상동맥질환으로 약 10년 전 심장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한 병력도 있었다. 다만 이전까지 벌 쏘임에 대한 알레르기 병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응급치료를 받은 뒤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는 양쪽 다리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두 다리는 차갑고 창백했으며 움직임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의료진이 시행한 CT 혈관조영 검사에서는 복부 대동맥의 아래쪽과 양쪽 총장골동맥으로 이어지는 부위가 막힌 것으로 나타났다. 양쪽 다리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급성 하지 허혈이었다.

 

의료진은 우선 혈관 안에 생긴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혈류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자 인공혈관을 이용해 복부 대동맥과 양쪽 다리 사이에 새로운 혈류 통로를 만드는 수술을 추가로 진행했다. 수술 이후에는 다리의 혈류가 회복되면서 온도가 정상에 가까워졌지만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환자의 심장 손상도 확인됐다. 검사에서 심장혈관에 심한 병변이 발견됐고, 의료진은 해당 혈관에 약물방출 스텐트를 삽입했다. 그러나 이후 심한 젖산·대사성 산증과 근육 손상, 고칼륨혈증, 급성 신장 손상이 잇따랐다.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수축제 투여량도 계속 늘어났으며 결국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는 심인성 쇼크까지 발생했다. 환자는 입원 이틀째 심정지가 발생했고 결국 숨졌다.

 

의료진이 주목한 것은 알레르기 반응과 심장·혈관 이상이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질환이 ‘쿠니스 증후군’이다. 쿠니스 증후군은 음식이나 약물, 곤충 등에 대한 알레르기 또는 과민반응이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이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알레르기 반응 과정에서 비만세포 등이 활성화되면 혈관을 수축시키거나 혈소판 활성과 혈전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이 환자는 기존에 관상동맥질환이 있었고 흡연과 고혈압, 당뇨병 등 혈관질환 위험요인도 가지고 있었다. 의료진은 심한 아나필락시스가 기존 동맥경화성 혈관질환과 겹치면서 관상동맥뿐 아니라 대동맥과 장골동맥에도 급성 폐색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단일 증례보고인 만큼 모든 벌 쏘임에서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례에서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혈류가 다시 공급된 이후 발생한 전신 손상이다. 혈관이 오랫동안 막혀 있으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근육과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이후 막혔던 혈관을 다시 열어 혈류가 돌아오더라도 이미 손상된 조직에서 여러 물질이 혈액으로 방출되면서 다른 장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를 재관류 손상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환자에게서도 혈류를 회복한 뒤 심한 근육 손상과 신장 기능 악화, 전해질 이상 등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다리의 급성 허혈과 이후 발생한 재관류 관련 전신 손상, 심장 손상이 환자의 상태 악화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벌에 쏘였을 때 대부분은 통증이나 붓기 같은 국소 반응으로 끝나지만, 일부에서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숨이 차거나 목과 혀가 붓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심하게 어지럽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상황으로 봐야 한다.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의심되는 사람에게 처방된 에피네프린 자동주사기가 있다면 즉시 사용하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벌에 여러 군데 쏘였거나 입과 목 안쪽을 쏘인 경우에도 신속하게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번 사례에서 의료진은 심한 벌 쏘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환자를 평가할 때 피부나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심장과 말초혈관의 이상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리가 갑자기 차가워지고 창백해지거나 극심한 통증, 운동장애가 나타난다면 단순한 알레르기 증상으로 넘기지 않고 큰 혈관이 막혔는지 신속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향수 등 강한 향이 나는 제품을 피하고 피부를 가리는 옷을 입으며, 벌이 접근했을 때 손을 휘두르지 말고 여러 마리가 공격하면 즉시 실내로 피해야 한다. 쏘였다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벌침을 제거하고 비누와 물로 씻은 뒤 냉찜질하며, 입이나 목을 쏘였거나 여러 곳을 쏘인 경우에는 신속히 진료를 받아야 한다. 숨이 차거나 혀·목이 붓고 심하게 어지러운 등 심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처방받은 에피네프린 자동주사기가 있다면 바로 사용해야 한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