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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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11월 A매치부터 삐걱

 2027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11월 A매치 일정이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가 원정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기 장소와 상대 팀 모두 아직 공식 발표하지 못하면서 준비 과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축구는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성적 부진의 여파로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회장이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났고, 대표팀 운영 역시 흔들렸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곧바로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보다 임시 사령탑 체제로 남은 일정을 치르기로 했다.

 

그 결과 지휘봉은 스페인 출신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에게 돌아갔다. 공개 채용 절차를 거쳐 선임된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성인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처음으로 대표팀을 이끄는 스페인 지도자가 됐다.

 

모레노 감독은 9월과 10월 A매치 4경기를 통해 첫 시험대를 치렀다. 한국은 에콰도르를 3-0으로 꺾으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우루과이전에서는 1-4로 패했다. 이후 베네수엘라와 0-0으로 비겼고,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제압하며 4경기 성적을 2승 1무 1패로 마무리했다.

경기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전환, 공수 간격 유지 등 모레노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일부 드러났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강팀을 상대로 한 수비 조직력과 공격 완성도는 더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레노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팀에 입히려는 색깔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결국 결과를 만드는 축구가 목표”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모레노 감독의 계약 기간은 11월 A매치 기간까지다. 내달 9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지는 2연전이 끝나면 전력강화위원회는 총 6경기 내용을 토대로 모레노 체제를 아시안컵까지 이어갈지 판단할 예정이다. 사실상 11월 A매치는 감독 평가의 마지막 자료이자, 아시안컵 전력 점검의 핵심 일정인 셈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아직 상대와 장소를 확정하지 못했다. 협회 관계자는 11월 A매치를 원정 경기로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개최지와 상대는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안컵 개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이는 이미 일정을 확정한 일본과 대비된다. 일본축구협회는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친선 대회 참가를 발표했고,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상대하기로 했다. 두 팀 모두 월드컵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인 남미 강호다. 일본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수준 높은 상대와 실전 점검을 치르며 준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감독 체제의 지속 여부부터 평가전 상대까지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아시안컵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11월 평가전의 질은 대표팀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팀이 새 감독 체제의 가능성을 확인하려면 명확한 시험대가 필요하다. 상대가 늦게 정해질수록 선수 구성과 전술 준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모레노호의 운명과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구상이 걸린 11월 A매치가 어떤 형태로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