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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야경 아래 캠프닉 어때?


가을밤 서울에서 짧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남산이 새로운 선택지가 된다. 단풍이 물든 산책길과 도심 야경, 잔디광장 캠프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야간형 여행 프로그램이 남산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서울시는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남산공원 일대에서 ‘2026 남산 나이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남산을 낮 산책 명소에서 밤 여행지로 확장하는 프로그램이다. 단풍과 야경, 음악, 영화, 트레킹이 결합돼 퇴근 후나 주말 저녁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은 ‘남산 캠프닉’이다. 캠핑과 피크닉을 합친 캠프닉은 23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백범광장 잔디광장에서 진행된다. 운영 시간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다.

 

참가자는 텐트와 돗자리를 펼치고 남산의 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라이브 음악 공연과 영화 상영이 이어진다. 사연과 신청곡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돼 도심 속 야외 라디오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하루 최대 100팀이 참여할 수 있어 가족, 친구, 연인 단위 방문객에게 알맞다.

 

여행의 즐거움에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행사장 내 호현당 마당에는 배달존이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남산 인근 식당 음식을 주문해 현장에서 받을 수 있다. 남산 야경을 배경으로 돗자리 위에서 음식을 나누는 방식으로 도심 속 밤소풍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가을 남산을 걷는 야간 트레킹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단풍산책’은 남산의 단풍길과 야경 포인트를 따라 걷는 코스로 운영된다. 10월 23일과 24일에는 남산예장공원에서 남산도서관까지 이어지는 3.8km 코스가 진행된다. 11월 6일과 7일에는 남산예장공원에서 남산골한옥마을까지 걷는 4.2km 코스가 마련된다.

 

트레킹 코스는 산책 이후 주변 동네 여행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첫 번째 코스는 해방촌과 이태원 방면에서 마무리되고, 두 번째 코스는 충무로와 을지로 일대로 연결된다. 단풍길을 걷고 난 뒤 인근 골목에서 식사나 카페, 밤 산책을 이어갈 수 있어 반나절 여행 코스로 활용하기 좋다. 프로그램은 하루 700명씩 총 2800명을 모집한다.

 

축제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4일에는 남산팔각광장에서 ‘남산 팔각클럽’이 열린다. 무선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무소음 DJ파티다. 남산의 밤 풍경 속에서 음악을 즐기면서도 외부 소음은 줄이는 방식이다. 조용한 공원과 활기 있는 파티가 공존하는 색다른 야간 콘텐츠다.

 

남산 나이트 페스티벌은 사전 신청자만 참여할 수 있다. 신청은 12일부터 네이버 예약시스템에서 가능하다. 노쇼 방지를 위해 프로그램별로 5000원 또는 1만 원의 보증금이 부과된다. 세부 일정과 프로그램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서울 안에서 계절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남산의 단풍, 도심 야경, 캠프닉, 야간 트레킹이 어우러지며 올가을 서울 시민과 여행객에게 새로운 밤 산책 코스를 제안한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