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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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건전지 삼킨 아기, 헬기로 부산 이송

 전북에 사는 생후 9개월 아기가 장난감에서 빠진 동전형 리튬 건전지를 삼켜 헬기로 부산의 대학병원까지 옮겨지는 긴박한 일이 발생했다. 연휴 기간이라 소아 응급 내시경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기 쉽지 않았고, 아이는 200㎞ 넘는 거리를 이동한 끝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은 지난 10일 낮 12시쯤 전북에 거주하는 남아가 카시트에 앉아 장난감을 만지던 중 지름 12㎜ 크기의 동전형 리튬 건전지를 삼켰다고 12일 밝혔다. 보호자는 아이가 건전지를 삼킨 사실을 확인한 뒤 즉시 도움을 요청했다.

 

문제는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이었다. 어린 영아에게 내시경을 시행하려면 전용 장비와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휴 기간에는 관련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제한적이었다. 결국 소방 당국은 전북119항공대 헬기를 투입했고, 아이는 부산백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긴급 이송됐다.

 

병원 의료진은 아이가 도착하자마자 응급 내시경을 시행했다. 건전지는 식도에 걸려 있지 않고 위 안에 머물러 있었으며, 부식도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이었다. 의료진은 내시경으로 건전지를 제거했고, 아이는 추가 합병증 없이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술을 맡은 유승정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건전지가 위에 있었던 데다 손상이 본격화되기 전에 꺼낼 수 있어 큰 후유증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전형 리튬 건전지는 삼킨 뒤 짧은 시간 안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응급 처치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버튼형 건전지를 특히 위험한 이물질로 보는 이유는 체내에서 빠르게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건전지가 침이나 위액과 닿으면 미세한 전류가 흐르고, 전기분해 반응으로 강한 알칼리성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식도나 위 점막을 녹이듯 손상시킬 수 있다.

 

특히 식도에 건전지가 걸리면 상황은 더 위험해진다. 식도는 대동맥 등 큰 혈관과 가까워 벽이 손상될 경우 대량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동전형 건전지는 짧게는 2시간 안에도 천공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로 내려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건전지가 부식되면 내부 전해액과 중금속 성분이 새어 나와 장기 손상이나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영유아는 이물을 삼켜도 스스로 상황을 설명할 수 없어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 아이가 갑자기 침을 많이 흘리거나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구토·기침·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면 보호자는 이물 삼킴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주변 장난감이나 리모컨, 자동차 키, 체온계 등에 들어 있던 건전지가 빠졌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건전지를 삼킨 것으로 의심될 때 보호자가 임의로 토하게 하거나 등을 세게 두드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구토 과정에서 기도가 막히거나 식도가 추가로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나 음식을 먹이는 것도 내시경 시술과 마취를 지연시킬 수 있어 금물이다.

 

가장 안전한 대응은 즉시 119에 신고하고, 소아 응급 내시경이 가능한 병원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버튼형 건전지가 들어가는 제품의 덮개가 나사로 단단히 고정돼 있는지 확인하고, 사용한 건전지는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밀봉해 보관한 뒤 버려야 한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