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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표 아이돌 2막…걸그룹·보이그룹 동시에 공개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새 회사 A2O엔터테인먼트를 앞세워 국내 무대에 다시 섰다. SM을 떠난 뒤 약 3년간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거리를 뒀던 그는 이번엔 ‘키 프로듀서’라는 직함으로 신인 그룹과 엔터테크 비전을 동시에 공개했다.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A2O엔터테인먼트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직접 등장해 새 걸그룹 ‘A2O 라이트’와 보이그룹 ‘A2O 소울’을 소개했다. 두 팀은 A2O가 구축하려는 새로운 세계관과 음악 방향을 보여주는 첫 국내 프로젝트로 무대에 올랐다.

 

이 프로듀서는 2023년 자신이 보유하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하이브에 매각하며 SM을 떠났다. 당시 그는 국내 음반 제작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일정 기간 참여하지 않는 경업금지 약정에 동의한 바 있다. 이후 중국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으며, 이번 공개 무대는 국내 복귀를 알리는 상징적 자리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음악보다 기술이었다. 이 프로듀서는 신인 그룹의 뮤직비디오에 적용한 ‘4DGS’ 기술을 A2O의 핵심 경쟁력으로 소개했다. 4DGS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아티스트의 움직임을 3차원 공간 안에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관객이 다양한 각도에서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효과를 구현한다.

 

그는 과거 SM 시절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등의 뮤직비디오에서 활용했던 이른바 ‘매트릭스 촬영’ 경험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이를 한층 발전시킨 형태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뮤직비디오 제작 기술을 넘어, 팬이 아티스트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차세대 콘텐츠 제작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A2O는 팬 플랫폼에도 기술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이 프로듀서는 이달 말 팬과 아티스트가 얼굴을 보며 소통할 수 있는 ‘블루밍 톡’과 인터랙티브 라이브 토크쇼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해당 플랫폼에는 멤버의 외모와 음성을 반영한 AI 챗봇 기능도 포함될 예정이다. 팬덤 문화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소통 방식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무대 연출은 A2O가 내세우는 세계관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은빛 나무와 미래적인 조형물들이 배치된 공간은 우주를 연상케 했다. A2O는 이를 ‘ACE’, 즉 A2O 코스믹 에픽이라는 이름의 세계관으로 설명했다. 신인 그룹들은 이 공간에서 차례로 데뷔곡과 신곡을 선보였다.

 

먼저 9인조 걸그룹 A2O 라이트는 데뷔곡 ‘네온’을 공개했다. 이어 15인조 보이그룹 A2O 소울은 신곡 ‘수퍼스타’ 무대를 펼쳤다. 두 팀 모두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등 여러 국적의 멤버들로 구성됐으며 대부분 10대다. 최연소 멤버는 13세로 알려졌다. 

 

음악적 색깔에서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SM 시절 감각이 강하게 드러났다. 아카펠라식 화음, 미래적인 전자음, 강한 콘셉트 중심의 구성은 과거 SM 음악에서 자주 보였던 요소다. 두 곡의 주요 작사·작곡에는 유영진 작곡가가 참여했다. 유영진은 H.O.T.부터 에스파에 이르기까지 SM의 대표 히트곡을 만든 인물로, 이수만 프로듀서와 함께 A2O로 옮긴 핵심 제작진 중 한 명이다.

연습생 운영 방식 역시 SM 시스템과 닮아 있다. SM의 ‘루키즈’처럼 A2O도 ‘A2O 루키즈’를 통해 데뷔 전부터 연습생을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소녀시대 출신 써니도 연습생 훈련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공개된 신인 그룹들 역시 이 훈련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A2O라는 이름은 ‘알파 투 오메가’를 뜻한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Z세대와 알파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장르로 ‘잘파 팝’을 내세워 왔다. 앞서 그는 중국 현지 멤버들로 구성된 걸그룹 ‘A2O 메이’를 중국에서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쇼케이스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다시 K팝 제작의 중심으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무대였다. 다만 이번 복귀의 초점은 단순한 아이돌 제작에만 있지 않았다. 음악, 인공지능, 3차원 영상 기술, 팬 플랫폼을 결합한 ‘엔터테크’ 실험이 A2O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SM을 떠난 뒤 새 이름표를 단 이수만이 K팝 시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