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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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음료 매일 마셔도 살 빠질까


다이어트를 하는 과체중·비만 성인이 비영양 감미료가 들어간 이른바 ‘제로 음료’를 마셔도 물을 마신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체중을 줄이고 유지했다는 장기간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적어도 2년간의 체중 관리에서는 제로 음료가 체중 감량을 방해한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영국 리버풀대학교와 리즈대학교 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18~65세 성인 493명을 대상으로 2년간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 영양학저널’에 발표됐다.

 

연구에서 말하는 비영양 감미료는 설탕 대신 단맛을 내면서 열량이 없거나 매우 적은 감미료다. 이번 시험에서는 주로 아스파탐과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이 사용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물을 마셨고 다른 그룹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비영양 감미료 음료를 마셨다. 두 그룹 모두 지정된 음료를 하루 최소 330㎖씩 두 차례, 총 660㎖ 마시도록 했다.

 

비영양 감미료 그룹에는 다이어트 콜라와 무설탕 탄산음료, 과일 맛 음료, 향을 첨가한 물 등 20가지 제품이 제공됐다. 참가자는 원하는 음료를 골라 마실 수 있었으며 물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었다. 반면 물 그룹은 비영양 감미료 음료뿐 아니라 커피나 차에 감미료를 넣는 것도 피했다.

 

단순히 음료 종류만 비교한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은 처음 12주 동안 영양사가 진행하는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 매주 참여했고, 이후 40주 동안에는 한 달에 한 번 체중 유지 프로그램을 받았다. 신체활동을 늘리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이뤄졌다. 첫 1년간 프로그램을 마친 뒤 나머지 1년은 별도의 체중 관리 교육 없이 추적 관찰했다.

 

104주 뒤 연구를 끝까지 마친 참가자들의 체중을 비교한 결과, 비영양 감미료 음료 그룹은 연구 시작 당시보다 평균 4.8kg, 물 그룹은 3.7kg 줄었다. 비영양 감미료 그룹이 1.1kg 더 감량했지만 두 그룹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두 그룹 모두 처음 12주 동안 체중이 가장 빠르게 감소했다. 이후에는 다시 조금씩 체중이 늘었지만 2년이 지난 시점에도 두 그룹 모두 연구 시작 때보다 체중이 적었다.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 체성분, 배고픔 정도에서도 두 그룹 사이에 뚜렷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건강 지표에서는 물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변화가 관찰됐다. 총콜레스테롤은 비영양 감미료 그룹에서 더 증가했고, 당화혈색소와 이완기 혈압은 물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더 감소했다. 다만 연구진은 변화 폭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 지표는 비교 가능한 참가자 수가 적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영양 감미료의 장기적인 체중 관리 효과를 비교적 긴 기간 동안 확인했다는 데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체중 조절이나 만성질환 위험 감소를 목적으로 비당류 감미료를 사용하는 것을 조건부로 권고하지 않았다. 장기적인 체지방 감소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일부 관찰연구에서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 증가와 연관성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다만 WHO 역시 이런 연관성이 비영양 감미료 자체 때문에 발생한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기존 연구 상당수가 관찰연구였고, 건강 위험이 높은 사람이 체중 관리를 위해 비영양 감미료를 더 많이 선택하는 ‘역인과성’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무작위 임상시험 역시 대부분 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번 연구를 근거로 제로 음료를 많이 마셔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시험이 확인한 핵심은 체중 감량과 유지 효과다. 참가자들은 하루 최소 660㎖의 비영양 감미료 음료를 마셨고, 연구진은 감미료 섭취량이 유럽식품안전청 기준의 안전 범위 안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한계도 있다. 493명 가운데 104주까지 연구를 완료한 참가자는 220명으로 약 45%에 그쳤다. 중도 탈락자를 통계적으로 추정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두 그룹의 체중 감량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높은 탈락률은 결과를 해석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연구진은 영국의 한 지역에서 연구가 진행됐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연구비가 미국음료협회에서 지원됐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논문에는 협회가 연구 설계와 수행, 데이터 분석 및 결과 해석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지만, 논문을 검토할 기회가 제공됐고 의학전문 작가 비용도 지원했다. 일부 연구진은 식품·음료 관련 기업이나 단체와의 연구비 및 자문 관계도 공개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를 ‘물 대신 제로 음료를 많이 마셔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다만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끊고 체중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물만 마시기 어려운 사람이 비영양 감미료 음료를 선택하더라도, 적어도 이번 2년 임상시험에서는 물에 비해 체중 감량과 유지를 방해한다는 근거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장기간 섭취가 건강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