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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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정동영·이종석 불신 표시 있었나” 강경화 “들은 바 없다”

 한미 정보협력에 균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보당국 지휘부에 대한 신뢰 문제를 거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의 대미 정보 협력 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한 의원은 12일 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주미대사를 상대로 지난달 18일 열린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간 회담 내용을 질의했다. 그는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근거로, 루비오 장관이 한국 국가정보원 등 정보 라인 지휘부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물었다.

 

한 의원은 특히 미국 측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보협력 정상화 필요성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이에 강 대사는 구체적인 회담 내용을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정보 협력에 대한 미국 측의 설명이 있었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현 정보·통일라인 책임자들이 미국 측 문제 제기의 대상이었는지도 거듭 물었다. 강 대사는 이에 대해 “제 기억으로는 구체적 인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 원장이나 정 장관에 대한 불신을 한국 측에 표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강 대사는 “제가 들은 바로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이 정보 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사는 당시 조현 장관이 미국 측 우려를 청취한 뒤 귀국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 정보 협력과 관련해 이미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미국 측도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대사는 미국 측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는 한미 간 정보협력 문제를 둘러싼 협의가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 의원은 미국 측이 특정 인사와 협력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 아니냐고 추가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강 대사는 우리 정부 인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여부에 대해 확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국감에서는 정동영 장관의 과거 ‘북한 구성 핵시설’ 관련 발언도 다시 거론됐다. 한 의원은 이 발언 등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 정보·통일라인을 통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루비오 장관이 회담에서 추가 정보 유출 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는지도 물었다.

 

강 대사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외교·안보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회담 세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날 국감에서는 한미 방산 협력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한 의원은 루비오 장관이 당시 회담에서 한국 대기업이 중국의 제재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 유력 방산기업과의 거래 협의를 중단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강 대사는 이에 대해서도 구체적 발언 확인은 어렵다고 했다. 다만 방산업은 미국과 중국 모두 독특한 규제 체계를 갖고 있어, 그 사이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사는 정부가 해당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미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최종 판단은 기업 스스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부 입장을 덧붙였다.

 

이번 국감 질의는 한미동맹의 핵심 축인 정보협력에 실제 균열이 있는지, 또 미국 측 우려가 단순한 실무 협의 수준인지 아니면 한국 정부 고위 인사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는지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왔다.

 

강 대사는 특정 인사에 대한 미국 측 불신이 있었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지만, 정보 협력과 관련한 미국의 우려가 전달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외교·안보 라인 차원의 후속 협의와 국회 차원의 추가 검증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