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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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만 불면 눈물이 줄줄 알고 보니..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콧물뿐 아니라 눈물 때문에 불편을 겪는 사람도 늘어난다.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고이고, 길을 걷거나 운전할 때 자꾸 눈물이 흘러 시야가 흐려진다면 단순한 감정 반응이 아닐 수 있다. 이럴 때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이 ‘눈물흘림증’이다.

 

눈물흘림증은 눈물이 눈 안에 머물지 못하고 얼굴로 흘러내리는 상태를 말한다. 눈물은 눈물샘에서 만들어진 뒤 눈 표면을 적시고, 눈 안쪽의 작은 구멍인 눈물점을 지나 눈물길을 통해 코 안쪽으로 빠져나간다. 이 과정에서 눈물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거나, 만들어진 눈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눈물이 고이다가 밖으로 넘쳐 흐른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눈이 쉽게 자극을 받는다. 바람, 먼지, 건조한 실내 공기, 난방기기 사용 등이 눈 표면을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눈이 자극을 받으면 몸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눈물을 더 만들어낸다. 이때 눈물이 일시적으로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하루에도 여러 차례 눈물을 닦아야 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긴다면 눈물흘림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눈물이 많아지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는 의외로 안구건조증이다. 눈이 건조하면 눈물은 부족한데 왜 더 흐르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눈 표면이 마르면 몸은 이를 자극으로 받아들여 눈물샘을 더 활성화한다. 이때 나오는 눈물은 눈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질 좋은 눈물이라기보다 갑자기 많이 분비되는 반사성 눈물에 가깝다. 그래서 눈은 여전히 건조하고 따갑지만, 겉으로는 눈물이 줄줄 흐르는 일이 생긴다.

 

눈을 반복해서 닦는 행동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눈물이 흐를 때마다 휴지나 손수건으로 자주 문지르면 눈꺼풀과 눈 주변 피부가 자극을 받는다. 이 자극이 다시 눈물 분비를 늘려 눈물이 더 흐르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찬바람을 맞은 뒤 눈물이 심해지는 사람은 바람 자체가 눈 표면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 속눈썹 찔림, 이물질, 눈꺼풀 염증도 눈물흘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눈꺼풀 가장자리에는 기름샘이 있는데, 이 부위가 막히거나 염증이 생기면 눈물막이 불안정해지고 눈이 쉽게 마른다. 속눈썹 주변에 진드기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경우에도 눈 표면에 자극이 생겨 눈물이 많아질 수 있다.

 

눈물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배출 통로가 막혀서 생기기도 한다. 눈물은 눈 안쪽에서 코 쪽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눈물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눈물이 배출되지 못하고 고인다. 나이가 들면서 눈꺼풀이 처지거나 눈 주변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 눈물을 밀어내는 펌프 기능도 떨어진다. 눈을 깜빡일 때 눈 주변 근육이 눈물을 눈물길로 보내야 하는데, 이 기능이 약해지면 눈물이 쉽게 넘칠 수 있다.

 

눈물흘림증은 단순히 눈물이 흐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눈물이 눈물주머니에 오래 고이면 눈곱이 자주 끼고 눈이 충혈될 수 있다. 감염이 생기면 눈 안쪽이 붓거나 빨갛게 변하고, 통증이나 고름이 동반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단순한 건조증이나 바람 탓으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생활 속 불편도 크다. 눈물 때문에 화장이 번지거나 지워지고, 책이나 휴대전화 화면을 볼 때 시야가 흐려질 수 있다. 운전 중 눈물이 고이면 앞차 번호판이나 신호등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 하루에 여러 번 눈물을 닦아야 할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진단은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하루에 몇 번 정도 눈물을 닦는지, 한쪽 눈만 그런지 양쪽 눈 모두 그런지 등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현미경 검사로 눈꺼풀, 속눈썹, 눈 표면 상태를 살핀다. 눈꺼풀 기름샘이 막혀 있거나 속눈썹 주변 염증이 있는지, 안구건조증이 동반됐는지도 확인한다. 필요하면 눈물길이 제대로 뚫려 있는지 검사하고, 코 안쪽 구조에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안구건조증이나 눈꺼풀 염증이 원인이라면 인공눈물 사용, 온찜질, 눈꺼풀 세정, 생활환경 조절 등이 도움이 된다. 속눈썹 주변 진드기나 염증이 문제라면 눈꺼풀 위생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 화면을 오래 보는 사람은 중간중간 눈을 쉬게 하고,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눈물길이 좁아졌거나 막힌 경우에는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비교적 가벼운 폐쇄라면 눈물길에 실리콘관을 넣어 통로를 확보하는 방법이 쓰인다. 눈물길이 완전히 막혔거나 눈물주머니에 염증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새로운 배출 통로를 만들어주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과거 외상이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이후 눈물길이 손상된 경우에도 별도의 통로를 만드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눈을 자극하는 환경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TV 화면을 오래 볼 때는 눈 깜빡임이 줄어 눈이 쉽게 건조해진다. 에어컨이나 히터 바람을 얼굴에 직접 맞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외출 시 찬바람이 심하면 안경이나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눈꺼풀 주변 청결도 중요하다. 화장품, 선크림, 먼지 등이 눈꺼풀 가장자리에 남아 있으면 염증이나 눈물길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세안할 때 눈 주변을 부드럽게 닦고, 눈을 비비는 습관은 줄이는 것이 좋다.

 

찬바람만 불면 눈물이 난다고 해서 모두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눈물이 반복적으로 흘러내리고 눈곱, 충혈, 통증, 붓기, 시야 흐림이 함께 나타난다면 눈물흘림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눈물이 넘치는 문제가 아니라, 눈이 건조하거나 자극을 받고 있거나 눈물길이 막혔다는 신호일 수 있다. 눈물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제때 확인하는 것이 눈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